연금 개혁에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10년이 넘는 사회적 토론을 거쳐 1998년 포괄적인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먼저 모든 고령층에게 연금을 지급하던 것을 빈곤층에게만 선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연금 지급 규모를 줄여 재정 균형을 맞춘 것이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평균 임금 상승률만큼의 이율을 연금으로 돌려주는 명목확정기여(NDC) 방식의 제도도 도입했다. NDC는 연금 수령액이 정해진 확정급여형(DB)과 달리 가입자가 낸 만큼 연금을 타는 구조다. 스웨덴은 이에 더해 평균 수명 증가 등으로 NDC 방식의 연금 지급이 어려워질 경우 지급액을 자동으로 줄이는 장치를 마련했다. 세계은행은 “스웨덴의 연금 개혁은 다른 국가들도 따라하기 좋은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2004년 연금 자동 조절 장치를 도입했다. 기대 수명 증가와 출생률 감소에 맞춰 연금 지급액을 자동 삭감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다. 보험료율은 급여의 13.58%에서 2017년까지 18.3%로 높이고 이를 상한선으로 정했다. 반면 지급액은 평균 수입의 57.7%에서 2023년 50.2%까지 낮추기로 했다.
영국은 국민연금을 처음 받는 연령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남성 65세, 여성 60세 이상부터 국민연금이 지급됐지만 현재는 수급 개시 연령이 남녀 공통 66세로 상향됐다. 영국은 2028년까지 67세, 2046년까지 68세로 수급 개시 연령을 추가로 상향할 예정이다.
연금 개혁엔 국민들의 거센 반발이 뒤따르기도 한다. 2019년 말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연금 개혁에 반발해 철도·운송 노조가 대규모 총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직종별로 40개가 넘는 연금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려 했다. 마크롱표 연금 개혁은 오는 4월 프랑스 대선 이후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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