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서포터즈 등 보수단체 일부 회원들, 이재명 지지 선언

입력 2022-02-04 14:48   수정 2022-02-04 17:2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대위가 ‘박근혜서포터즈 중앙회’를 비롯한 보수 단체들의 이 후보 지지를 공식 발표했다. 이날 지지선언은 민주당이 기자단에게 공식 공지하고, 당사 앞 공간을 내어줘 진행됐다.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해야한다”는 주장을 정치권에서 처음 내세우며 진보의 대선주자로 올라섰던 이 후보가 자신의 승리를 위해 탄핵을 전면 부정하는 보수 세력을 끌어안았다는 설명이다.

박근혜서포터즈 중앙회를 비롯한 7개 보수단체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민주당사 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민주당사 입구를 보호하는 경찰 차단벽 내부에서 진행됐다. 통상적으로 민주당에 반하는 행사가 차단벽 반대편에서 진행되는 것과는 대비된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오전 기자단 공지를 통해 행사를 공지했다.

지지선언 발표를 맡은 김동열 박근혜서포터즈 중앙회 대표는 “단돈 1원 하나 받지 않은 죄없는 박근혜 대통령은 5년간 칼로 베는 고통과 피비린내 나는 감옥생활을 겪었다”며 “사기 탄핵을 주도한 국민의힘 수뇌부는 자신들의 영달을 위한 집단이지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 정치인들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한 윤석열이 보수의 대통령 후보라는게 무슨 말인가”라며 “이재명 후보는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 속에서 꽃을 피운 훌륭한 정치인으로, 국회의원 뱃지 한번 달아보지 못했지만 180명 거대 여당의 후보들과 경쟁해 승리했다”고 칭찬했다. 이후 “16년간 우파 활동을 함께한 동지들과 함께 이재명 후보로 정권교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친박단체의 지지선언은 이 후보의 정치적 행보를 고려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후보는 2016년 이른바 ‘최순실 사태’ 발생 직후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및 구속을 가장 강경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정난맥에 따른 자진사퇴 요구가 아니라 탄핵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당시 민주당 정치인들조차 ‘하야’를 요구하던 것에 비해 앞서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내에서도 이날 선대위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선대위에서 활동하는 한 민주당 비서관은 “오늘 지지선언을 한 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부정을 반성하는 이들도 아니고, 강경하게 박 전 대통령 옹호 활동을 펼쳐왔던 이들”이라며 “김 대표는 아예 야당에서 총선 출마를 시도했던 인사”라고 우려했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논리로 끌어들이기에는 민주당의 가치와는 거리가 먼, 강경 친박 보수단체라는 설명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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