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후보들 연금개혁 한목소리…'文정부 시즌2'는 안 된다

입력 2022-02-04 16:56   수정 2022-02-05 00:03

여야 4당 대선 후보들이 첫 합동 TV토론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동의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간 퍼주기성, 선심성 공약만 남발한 대선판에서 국가 미래를 위한 핵심 사안에 여야 후보 모두 뜻을 같이했다는 점은 소기의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국민연금은 2042년이면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 기금이 소진된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와 있다.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줄 돈이 없어 매년 연금보험료를 현역세대로부터 거둬 충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수준(40%)의 소득대체율(수령액)을 가정할 경우 보험료 부담액은 소득의 30%에 이르게 된다. 사실상 사회부조로서의 연금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 이전에 거센 저항에 부딪혀 연금제도 붕괴라는 끔찍한 재앙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금 위기가 고조된 데는 문재인 정부 탓이 크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이래 각 정권마다 소득대체율, 보험료, 수령 시기 등에 대해 손대는 개혁을 해왔지만, 이 정부만 유일하게 의무를 완전히 방기했다. 2018년 재정 재계산에 따른 보건복지부의 개혁안을 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공개 반려한 뒤 이후 개혁 논의는 실종됐다. ‘국민 눈높이’는 보험료는 더 내지 않으면서 수령액은 더 받겠다는 것으로, 노동계 강한 입김에 밀린 것이다. 문 정부의 무책임한 직무유기로 국민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매일 약 81억원, 5년간 최소 15조원에 이른다는 추계도 나와 있다.

여야 후보들이 연금개혁 당위성에는 공감했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참으로 지난(至難)한 작업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오죽하면 연금개혁을 ‘코끼리 옮기기’라고 하겠는가. 그렇다 해도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청년들에게 ‘세대 도둑질’까지 해가면서 부담을 떠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20세기 최대의 사회개혁 사례로 꼽히는 스웨덴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1990년대 초 연금개혁에 착수한 스웨덴은 복지부 장관과 정당 대표,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논의 기구를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주력했다. 문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처럼 노동계까지 참여해 이해 충돌의 난장판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수 정예의 논의기구를 가동한 것이다. 연금개혁은 실패한 문 정부와 차기 정부를 가릴 시금석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리더십 역량 또한 연금개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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