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2042년이면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 기금이 소진된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와 있다.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줄 돈이 없어 매년 연금보험료를 현역세대로부터 거둬 충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수준(40%)의 소득대체율(수령액)을 가정할 경우 보험료 부담액은 소득의 30%에 이르게 된다. 사실상 사회부조로서의 연금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 이전에 거센 저항에 부딪혀 연금제도 붕괴라는 끔찍한 재앙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금 위기가 고조된 데는 문재인 정부 탓이 크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이래 각 정권마다 소득대체율, 보험료, 수령 시기 등에 대해 손대는 개혁을 해왔지만, 이 정부만 유일하게 의무를 완전히 방기했다. 2018년 재정 재계산에 따른 보건복지부의 개혁안을 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공개 반려한 뒤 이후 개혁 논의는 실종됐다. ‘국민 눈높이’는 보험료는 더 내지 않으면서 수령액은 더 받겠다는 것으로, 노동계 강한 입김에 밀린 것이다. 문 정부의 무책임한 직무유기로 국민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매일 약 81억원, 5년간 최소 15조원에 이른다는 추계도 나와 있다.
여야 후보들이 연금개혁 당위성에는 공감했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참으로 지난(至難)한 작업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오죽하면 연금개혁을 ‘코끼리 옮기기’라고 하겠는가. 그렇다 해도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는 청년들에게 ‘세대 도둑질’까지 해가면서 부담을 떠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20세기 최대의 사회개혁 사례로 꼽히는 스웨덴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1990년대 초 연금개혁에 착수한 스웨덴은 복지부 장관과 정당 대표,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논의 기구를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주력했다. 문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처럼 노동계까지 참여해 이해 충돌의 난장판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수 정예의 논의기구를 가동한 것이다. 연금개혁은 실패한 문 정부와 차기 정부를 가릴 시금석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리더십 역량 또한 연금개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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