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굴기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vs "아니다. 반도체 기술발전 속도가 느려졌을 뿐이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제재가 길어지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에서 기술 주도권을 쥐지 못하는 이상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직 실패라고 단정짓기엔 이르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전세계 국가 가운데 반도체 인력 양성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속도는 느려졌지만 여전히 반도체 자급률을 올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또 "중국은 디커플링 이후 기술이나 산업 등 대부분 분야에서 현저하게 (발전이) 뒤처질 뿐 아니라 기술 '진공상태'에 빠졌다"며 "특히 반도체 제조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은 반도체 부문의 미세공정 기술 도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세공정에 필요한 필수 장비 수입이 가로막혀서다. 반도체 회로 선폭이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수준에서 7㎚ 및 5㎚ 최첨단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EUV 장비가 필요하다. EUV는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광원으로 활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 기술이다. 전세계에서 EUV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네덜라드 회사 ASML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ASML이 중국에 대한 EUV 장비 수출을 보류하도록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현재 중국 기업이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는 비교적 저사양인 PC용 메모리 반도체와 아날로그칩 등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11월 난징반도체 대학을 개교했다. 난징반도체 대학은 집적회로설계자동화대학, 마이크로전자대학, 집적회로 현대산업대학, 집적회로 국제 대학, 집적회로 미래기술대학 등 5개 단과대학을 갖추고 인력양성 및 프로젝트를 운용하고 있다. 2021년 4월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가 반도체 대학을 개설했다. 같은해 6월에는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신흥 명문대학인 선전기술대학(SZTU)도 반도체 단과대학을 신설했다. 7월엔 베이징 대학도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반도체 대학원을 개원했다. 항저우과학기술대(HUST)도 반도체 단과대학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인재백서의 내용도 전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전문인력이 2022년에 20만 명 부족하고, 2025년에 30만 명 부족하다. 이에 따라 2021년 3월 중국 국무원 학위위원회에서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반도체(직접회로) 학과를 기존 전자과학기술학과에서 분리하여 별도의 학과로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 중국 칭화유니 자회사 YMTC는 최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YMTC의 낸드 사업 매출은 4억6500만달러(약 5521억원)로, 1년 만에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YMTC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 이하였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2.5%를 기록했다. 연간 점유율로는 인텔 다음으로 7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SMIC가 14㎚ 공정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 반도체 기술력을 무시하기 힘든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기술·장비 도입 제재로 30㎚ 이상 숙련 공정 생산라인에 눈을 돌리고 있긴 하다"며 "하지만 꾸준한 인재 양성과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세제 지원 등이 지속된다면 속도가 더디더라도 기술 발전을 이룰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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