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바람…농협은행, AI행원 '현장 투입'

입력 2022-02-04 17:17   수정 2022-02-05 01:31


농협은행은 4일 신입 행원 정이든·이로운 씨를 DT전략부의 디지털R&D센터 소속으로 발령 냈다. 이들은 앞으로 영업점에서 방문 고객에게 상품을 안내하고, 모바일뱅킹 내 화상 상담 서비스를 구현하는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직무교육의 일환으로 서울 영업점 13곳에서 투자상품 설명을 보조한 경험도 있다. 두 사람이 이날 정식 발령을 기념해 농협은행 SNS에 올린 사원증 사진에는 수백 개의 ‘좋아요’가 찍혔다.

여느 사회초년생 이야기 같지만 이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농협은행이 지난해 젊은 직원 60여 명의 얼굴을 합성해 구현한 가상 은행원이다.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로 금융 언어를 학습시키고 목소리에 맞춰 입 모양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신규 직원을 모집하면서 정씨와 이씨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고 실제 사번도 부여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에도 소외되는 고객이 없도록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내부 직원 업무 보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AI 직원이 사람의 역할을 분담하는 건 은행권에서 더 이상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몸집 줄이기에 한창인 은행들은 대면 서비스를 축소하고 직원 수를 줄이면서 AI 은행원을 대거 도입하고 있다. 전국 신한은행 97개 점포에선 키오스크 속 AI 은행원이 청원경찰을 대신해 고객 맞이, 창구 안내, 번호표 발급을 해준다. 무인형 창구에서도 송금·인출·디지털뱅킹 등록 등 간단한 업무를 처리해준다. 실제 직원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이 AI 행원은 사람과 다름없는 자연스러운 행동, 실시간 소통 능력이 강점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2’에 금융권 최초로 참여해 금융계와 정보기술(IT)업계 모두에서 주목받았다.

국민은행은 1년여의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최근 서울 3개 점포에 AI 은행원을 배치했다. 자체 개발한 금융 특화 언어 모델과 실제 직원의 외양을 갖춘 이들은 손님이 키오스크로 다가오면 먼저 인사를 건네고 대화 중에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움직이는 등의 제스처도 취한다. 지금은 단순 업무만 담당하지만 향후 계좌 개설이나 대출까지 가능하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LG AI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대고객 업무를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는 AI 은행원을 내년께 선보일 예정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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