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블록체인 암호' 양자컴퓨터로 깰 수 있다?

입력 2022-02-04 17:21   수정 2022-02-04 23:39

4차 산업혁명의 중심 기술 블록체인은 디지털 컴퓨터로는 해킹이 불가능하다. 어떤 입력값을 넣어도 같은 길이의 출력값을 내는 ‘해시함수’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다. 해시함수는 단방향 연산이다. 즉 해킹의 대상인 역함수가 없다. 무수한 거래 내역 가운데 ‘1’만 바뀌어도 블록 전체가 끊어진다. 굉장히 단단한 자물쇠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론적인 블록체인 해킹 방법은 블록 생성 시간보다 빠르게 해시함수를 조작하는 것뿐이다. 비트코인같이 10분마다 블록 한 개가 생성되는 거대 네트워크를 해킹할 수 있는 연산 속도를 갖춘 컴퓨터는 없다.

다만 양자컴퓨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자컴의 연산 단위는 큐비트(양자비트)다. 큐비트는 ‘1이면서도 0’이라는 기묘한 논리로 작동한다. 이 논리를 표현하는 용어가 ‘양자 중첩·얽힘’이다. 큐비트 오류를 줄이는 ‘결맞음’도 중요하다. 결맞음이 좋은 큐비트를 많이 쓸수록 양자컴은 완전해진다.

양자컴은 여러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극저온에서 초전도체와 특수 트랜지스터인 조셉슨 소자를 이용해 큐비트를 제어하는 초전도 방식이 대표적이다. 구글과 IBM이 초전도 양자컴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2019년 슈퍼컴퓨터보다 15억 배 이상 빠른 53큐비트 양자컴(시커모어)을 내놨다. IBM은 지난해 11월 127큐비트 양자컴을 선보였고, 내년 1000큐비트 양자컴을 내놓겠다고 했다. 초전도 큐비트 작동 시간은 100만분의 1초, 즉 1마이크로초(㎲) 안팎이다. 양자컴은 큐비트 작동 시간이 길수록 연산이 정확해진다.

이온트랩 양자컴 개발도 빨라지고 있다. 희토류 원소인 이터븀 등의 원자에서 전자 한 개를 떼어낸 이온을 이용해 큐비트를 만든다. 이온의 들뜬 상태와 바닥 상태 에너지 차를 이용한 덫(트랩)을 만들어 큐비트를 제어한다. 큐비트 작동 시간이 수백㎲에 달해 계산 결과가 초전도 방식보다 더 정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아이온큐 등이 이온트랩 양자컴을 개발하고 있다.

외국 연구진이 양자컴으로 비트코인 암호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이달 초 내놨다. 이온트랩 양자컴을 개발하고 있는 영국 서섹스대 물리천문학부 양자기술센터와 이곳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유니버설퀀텀이 주인공이다.

유니버설퀀텀 연구진은 비트코인이 채택 중인 디지털 서명 암호기술 ‘ECDSA’(타원곡선 디지털 시그니처 알고리즘)를 깰 수 있는 연산 시나리오를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계산했다. 이 암호는 소인수분해에 기반한 현재 공개키암호(RSA)보다 보안성을 대폭 높인 기술이다.

연구진은 큐비트 작동 시간을 1㎲로 가정했을 때, 3억1700만 큐비트가 있으면 비트코인 암호체계를 한 시간 안에 깰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블록 생성 주기인 10분 안에 맞춰 깨려면 19억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큐비트의 물리적 오류를 최소화(결맞음 최적화)했을 때 한해서다.

연구진 관계자는 “양자컴 개발 추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최소 몇 년은 비트코인이 양자컴 공격에서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연구진은 식물과 미생물이 공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를 섭취할 때 사용하는 ‘철-몰리브덴 보조 인자(FeMoco)’ 분자 작동 방식을 양자컴으로 규명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750만 큐비트를 갖고 열흘간 양자컴을 돌리면 된다는 내용이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비료 성능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슈퍼컴으로도 엄두를 못 내던 연구 프로젝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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