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한 달여 앞둔 이번 주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상대방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과 호남·제주를 찾는다. 최근 판세가 초박빙 접전으로 흐르자 두 후보 모두 외연 확장을 위해 열세 지역 공략에 나선 것이다.
4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후보는 5일 울산과 경남 창원을 방문해 공약을 발표하고 부산에서 시민들과 만나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6일에는 부산 지역 공약을 내놓은 뒤 김해 봉하마을을 찾을 예정이다. 윤 후보는 5일부터 6일까지 제주와 광주를 방문하기로 했다. 5일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등의 일정을 마친 뒤 이튿날인 6일 광주로 가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동선이다.
정치권에선 두 후보가 지난 3일 첫 TV 토론을 마친 뒤 곧바로 각자의 열세 지역으로 꼽히는 PK와 호남행을 결정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민주당에 PK는 수도권만큼이나 중요한 승부처”라며 “최소 40% 이상 지지를 얻어야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6월 정치 참여 선언 이후 호남 방문이 이번이 다섯 번째일 정도로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31%)이 처음으로 30%를 넘은 점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후보의 5~6일 부산·울산·경남(PK) 방문에 대해 “대선이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열세 지역 공략’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PK 지지율은 20~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4일 발표된 리서치뷰 여론조사(2월 1~3일 실시, 오차범위±3.1%)에서 이 후보는 다자 대결 시 38%의 지지율을 얻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6%)에게 8%포인트 뒤졌다. 그런데 PK에선 이 후보가 36%를 얻어 54%인 윤 후보에게 18%포인트 이상 밀렸다. 지난달 25~27일 이뤄진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이 후보의 PK 지지율은 29%로 윤 후보(41%)와 두 자릿수 차이를 보였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 PK에서 36.3%를 얻어 35.6%에 그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쳤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5일 이 후보의 영남권 득표율 목표로 “PK 50%, 대구·경북(TK) 40%”를 제시하기도 했다.
5~6일 호남행을 택한 윤 후보는 최근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적극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설 연휴 전 230만 가구에 자필 편지를 보낼 정도로 호남 표심 공략에 집중했다. 그 결과 리서치뷰 조사에서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직전 조사(작년 12월) 대비 8%포인트 오른 31%를 기록했다.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55%)은 같은 기간 13%포인트 하락했다.
4일 나온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헤럴드경제 여론조사(2~3일 실시)에서도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로의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는 응답이 한 달 새 20.3%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35.3%로 역대 최고치였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윤 후보에 대한 호남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며 “(보수정당 후보 중) 호남 지역 역대 최고 지지율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정당이 호남에서 받은 최고 득표율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록한 10.3%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광주 무등산에 올라 “호남 지지율 20% 이상”을 기원한다고 했다. 3~4일에도 전남 신안과 완도 등 다도해 일대를 순회하며 호남 민심 잡기를 이어갔다.
여야 4당 후보들은 오는 8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리는 TV 토론에서 다시 한번 맞붙을 예정이다.
오형주/성상훈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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