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코로나로 내몰리는 아이들

입력 2022-02-06 17:03   수정 2022-02-07 00:21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인류는 아직도 바이러스의 치명적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70여만 명이 목숨을 잃고 3억9000여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코로나는 이제 14세기 유럽의 페스트와 1918년 스페인 독감에 이은 3대 역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망자가 90만 명에 달해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이 1.3년이나 줄었다고 한다. 세계 최강국이 코로나로 1·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큰 인명을 잃었으니, 바이러스와 3차 대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역병의 대재앙에 묻혀 있는 또 다른 참상은 코로나에 떠밀린 어린아이들의 참담한 현실이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세계에서 무려 1억 명 이상의 어린이가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기조차 힘든 최빈곤 상태로 전락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휩쓸기 시작한 2020년 3월 이후 1초마다 1.8명의 아동이 극빈층으로 추락한 셈이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아이를 우리 돈 100여만 원에 내다 파는 아프가니스탄의 사례부터, 돈을 미끼로 조혼을 강요당하는 여아가 1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로 학교가 문을 닫자 900만 명의 아동이 일터로 내몰렸으며, 소아마비 백신과 같은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못한 아이도 23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직장이 폐쇄되고 온라인 접속이 일상화되면서 아동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가 크게 증가했다. SNS 등으로 아동을 유인하는 ‘온라인 그루밍’은 물론 성폭력과 착취, 학대 등이 급증하고 있다. 국제 온라인 감시단체에 따르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음란 영상을 올리는 URL(인터넷 호스트 경로)이 2021년 25만여 개나 증가해 지난 15년 동안의 총합계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이것 역시 남의 나라 얘기만이 아니다. 범죄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한국에도 거대한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성범죄 카르텔이 있다”며 “특히 아동과 청소년 성매매가 이렇게 성한 나라가 많지 않으며, 휴대폰으로 얼마든지 어린아이들을 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니세프는 창립 75년 역사상 지금처럼 아동의 기본적인 인권과 복지, 식수, 건강 등에 대한 위협이 심각한 때가 없었으며, 당장 팬데믹이 종식된다고 해도 최소 7~8년 이상이 지나야 종전 상태로 회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심화되는 빈부 격차와 국가 간 불균형 확대로 각국의 자구 노력만으로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식량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나라에 어떻게 그런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국제기구, 세계시민의 적극적인 자선과 건전한 시민의식의 확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한국에서조차 성인들의 아동 착취가 빈번한 부끄러운 현실을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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