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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7년여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서 에너지 시장 랠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원자재 시장 수급 불안 우려가 커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유로화 강세를 시사한 점도 유가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주요 투자은행은 원유, 천연가스뿐 아니라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강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유가·천연가스·농산물 가격 상승 지속”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3일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2014년 10월 후 7년3개월여 만이다.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91달러를 웃돌았다.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40만 배럴 추가 증산 계획을 유지했지만 오히려 생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면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ECB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자 유로화도 강세(달러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로 결제하는 원유의 경우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 수요가 몰려 유가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국내외 증권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원자재 시장 경계감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원자재 강국으로 수급을 좌우하는 만큼 지정학적 이슈가 불거지면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군사적 충돌로 번진다면 우선 유럽 천연가스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에너지 가격 전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소맥, 옥수수 등 곡물 생산과 수출에도 중요한 국가여서 농산물 공급 여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원자재 지수인 S&P GSCI는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14%가량 상승했다. 에너지 섹터가 21% 올랐고, 산업금속 4%, 농산물이 5% 가까이 뛰었다.
“유가 100달러 이상 갈 것”…수혜주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 같은 에너지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연말까지 에너지 시장을 낙관적으로 본다”며 “유가는 올 하반기까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유 재고, 예비용량 등이 충분하지 않고, 투자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모건스탠리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계속 오를 경우 수익을 낼 만한 종목을 추천주로 제시했다. 영국 석유기업 쉘(SHELL), 미국 석유회사 옥시덴털페트롤리움(OXY), 호주 가스 생산업체 산토스(STO), 중국 3대 석유회사 시누크(중국해양석유·00883),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GAZP) 등이 목록에 포함됐다.
쉘은 배당 수익을 기대할 만한 종목으로 꼽혔다. 또 앞으로 자사주 매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가 수익률도 오를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전망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동종업체들과 비교해 낮다는 점도 추천 이유다.
옥시덴털페트롤리움은 2020년 신용등급 하락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저탄소 벤처사업 등으로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토스는 최근 오일서치와의 합병을 통해 호주, 파푸아뉴기니, 알래스카 등에서 다양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및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누크는 중국 3대 석유회사 중 가장 빠르고 가시적인 성장세를 보일 기업으로 꼽혔다.
미국 자산운용사 세리티파트너스의 수석주식전략가 짐 레벤탈은 원자재 랠리 수혜주로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F)를 톱픽으로 지목했다.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인 중국의 회복세와 반도체 칩 부족 완화, 전기차 붐 등이 철강 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수석상품분석가인 제프 큐리는 구리, 금 등 채굴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FCX)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리 수요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셰브런(CVX)과 셰니어에너지(LNG)는 월가에서 유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의 수혜주로 꼽혔다. 골드만삭스는 에너지 부문 최고 주식으로 셰니어에너지를 제시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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