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농업보조금 사업은 재정 보조금 206개, 조세감면·면제 43개 등 249개에 달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만 연 16조원. 농민 1인당 연간 700만원 가까운 돈이 나라곳간에서 지원되는 셈이다. 10년 전보다 60%가량 늘었다. 이 중 농업 직불금은 2조5000억원으로 선거철마다 증액에 증액을 거듭하며 무려 170%가 늘었다. 그런데도 여야 후보들은 ‘식량 안보’가 중요하다며 또 농업 보조금을 늘리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조금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이후 20년간 200조원 가까운 예산을 농업 보호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쏟아부었지만 그 결과가 어떤지는 현재 목도하는 대로다. 소규모 쌀농가 보호 위주로 보조금을 투입하면서 농업 경쟁력은 경쟁력대로 깎아먹고 ‘눈먼 돈’이나 다름없는 보조금을 노린 ‘무늬만 농민’들만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지금은 퍼주기보다 중단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농업분야 핵심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식량 무기화’에 대한 대비가 그렇다. 세계 식량 가격이 최근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1.9%(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식량자원 조달 루트를 열심히 뚫고, 수출 제한이나 사재기 대책 등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농업에 대한 규제완화도 더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 중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자본과 기술을 투자할 수 있는 길만 터줘도 농업을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을 주도하는 ‘6차 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데 아직도 대선 후보들의 ‘농업 비전’이라는 게 철 지난 보조금 확대 타령이라니 기가 찰 뿐이다.
여야 후보들은 지난주 대선 TV토론에서 연금개혁 공약 합의로 박수를 받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표심은 ‘묻지마 퍼주기’에 있지 않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꼭 해야 할 ‘책임 있는’ 공약들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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