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관세 행정으로 인해 무역업체들이 안 내도 되는 세금을 매년 수천억원씩 징수당하고 있다. 관세당국이 수입원가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관세는 더 걷으면서 당연히 환급해야 하는 부가가치세는 안 주고 있어서다.
6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수입업체 중 상당수는 관세청에 수정 수입세금계산서 발급을 요청해도 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수입업체가 이 때문에 관세청을 상대로 부가세 환급 소송을 해마다 제기하고 있다. 그 규모는 2015~2020년 647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소송 건수는 136건으로 평균 소송 가액은 47억원을 웃돈다. 한국관세사협회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가 비용 부담이나 번거로움, 관세청에 미운 털이 박히지 않기 위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 6년간 실제 돌려받지 못한 부가세는 1조~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했다.
수입업체들이 수년째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것은 엉터리 관세 행정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이 외국산 물품을 100원에 들여오면 100원에 대해 관세를 매긴다. 이후 이 물품을 200원에 국내에서 판매하면 차액인 100원에 대해 10%의 부가세를 매긴다.
문제는 수입업체들이 착오나 오류로 수입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는 경우다. 수정 신고나 관세청의 조사 후 수입 가격이 120원으로 높아지면 관세청은 관세를 더 물리고 가산세까지 부과한다. 하지만 국내 판매가와의 차이가 100원에서 80원으로 줄어들어 부가세도 10원에서 8원으로 낮아진다. 기업들은 당연히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
부가세를 환급받으려면 관세청이 발급하는 수정 수입세금계산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관세청은 2013년부터 원칙적으로 이 계산서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관세청은 수입업체의 축소 신고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얘기하지만 업계는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억지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뒤늦었지만 2020년 사안의 중대성을 파악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고의 탈루 증거가 없으면 수정 수입세금계산서를 반드시 발급해주도록 관련 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청은 지금까지도 반대하고 있으며, 이를 이유로 국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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