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항의 받고 방송 하차한다"…SBS 현직 PD의 충격 고백

입력 2022-02-06 20:07   수정 2022-02-06 20:30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한 이재익 SBS PD가 더불어민주당의 항의 때문에 방송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6일 밝혔다.

이 PD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작별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하차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이 PD는 "지난 토요일 저녁에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며 "정치권에서 항의가 들어왔다고 하길래, 아차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며칠 동안 '국민의힘' 관련해서 강경한 표현으로 비판했던 일들이 떠올랐다"며 "그런데 의외로 항의가 들어온 쪽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고 했다.

이 PD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일 첫 곡으로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를 선곡했다. 그리고 노래 가사 중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대목을 소개했다.

이 PD는 "제가 의도했던 방향은 '내로남불' 비판이었다"며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사이 민주당 측에서 선곡을 문제삼았다는 게 이 PD 주장이다. 이 PD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항의였다"며 "제 의도와 달리 가사의 메시지가 아닌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말과 선곡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미리 살피고 조심하지 못했다"며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항의와 함께 전해주신 요구도 들어드린다"며 "진행자 자리에서도 물러나는 걸로 회사의 조치를 받았다. 당장 내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PD는 "저는 물러나지만 2022년 민주주의 국가의 방송에서 그 정도 여유와 자유는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글 역시 각자 다르게 해석할 것"이라며 "그래야 한다. 늘 해석의 자유는 있어야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PD는 "어떤 분이 당선되더라도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오늘까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언론인으로서 원론적인 부탁을 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PD의 하차 소식이 전해진 뒤 SBS 시사특공대 게시판에는 "SBS 실망이다", "하차에 반대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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