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8일 이기권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사흘 만에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한 자리였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선봉장’으로서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기자의 예상치 못한 ‘당돌한’ 질문에 장관보다 더 놀란 김동만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이 펄쩍 뛰며 기자를 막아 세웠지만 이후에도 고용부가 ‘기재부의 2중대’라는 비아냥은 끊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비슷한 장면은 이어졌다. 김 부총리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홍남기 부총리가 2019년 1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이원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부총리 발표 이후 구체적인 방안이라며 그 다음주에야 대책을 발표했다. 부총리 덕에 ‘물을 먹은’ 고용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2중대 출입기자”라는 자조가 나오기도 했다.
그랬던 고용부가 바야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맞이했다. 예산과 인력에서 절대권력을 가진 기재부와 행정안전부 앞에선 여전히 작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는 있지만 존재감은 전에 없이 강력해졌다. 2018년 12월 서부발전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사고 이후 산업안전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폭발하면서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에 이어 지난달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되면서다.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을 넘어 이제 가장 공포의 대상은 슈퍼 울트라 부처인 고용부”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직장 내 괴롭힘, 불법파견 등 이슈에 이어 중대재해 수사권까지 기업 경영 전방위에 걸쳐 강력한 규제 부처가 됐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고용부=공포’라는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그간의 고용부에 대한 인식과도 무관치 않다. 경영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곬 행정’을 펼쳐온 고용부의 ‘거친 생각’과 잊을 만하면 동료들의 자살·과로사 소식을 접하는 직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기업과 국민의 우려다. 확 커진 덩치와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달라진 고용부의 홀로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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