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기술혁신과 디테일' 올인하는 중국

입력 2022-02-07 17:15   수정 2022-02-07 23:53

두바이엑스포 한국관이 현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관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류·디지털 콘텐츠와 함께 건물 외벽에 설치된 1597개의 스핀큐브가 독특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시시각각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막에 핀 꽃을 모티브로 설계된 한국관은 건물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디자인 작품이다.

과거 엑스포 국가관 가운데 혁신적인 설계로 주목받은 인물이 있다. 20세기 3대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루트비히 미스 판 데어 로에다. 192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엑스포 독일관을 디자인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평소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는 말을 곧잘 쓰곤 했다. 그는 디테일을 소홀히 하면 전체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9월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2021년 글로벌혁신지수(GII)에서 한국이 역대 최고인 5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이어 싱가포르가 8위, 중국 12위, 일본이 1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년보다 다섯 계단 상승해 상위 20개국 중 혁신역량이 가장 많이 개선된 국가로 평가받았다. 중국 역시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렸다.

글로벌 과학기술 클러스터 톱10 순위에는 중국이 대거 포함됐다. 선전·광저우·홍콩 클러스터가 도쿄·요코하마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가 10위권에 들었다. 지역별 격차가 큰 중국을 하나의 국가로 평가하면 점수가 희석될 수 있지만, 개별 도시와 클러스터만 두고 평가할 때는 훨씬 높은 대우를 받는다. 중국은 국제 특허 신청 건수에서도 2019년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후 줄곧 수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미국에 이어 글로벌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혁신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14차 5개년 계획에서 더욱 강조된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7% 이상 R&D 투자를 확대할 것을 명문화했을 정도다. 지난 1월 초 리커창 총리는 혁신기업을 위한 감세와 각종 비용 인하 정책도 발표했다. 기술혁신에 ‘올인’한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중국 1위 가전 브랜드는 하이얼이다. 초창기 하이얼 제품은 문제가 많았다. 보다 못한 장루이민 회장은 품질 불량 냉장고를 임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해머로 부숴버렸다. 당시 냉장고 가격은 평직원 월급의 20배에 달하는 고가였다. 직원들은 새파랗게 질렸고 충격받았다. 장 회장은 직원들에게 “앞으로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절대 시장에 내놓지 말라”고 엄명했다. 과거 중국 제품은 ‘저가 제품’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엔 고품질의 가성비 높은 제품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지금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어떤가.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특별함과 평범함은 아주 사소한 차이에서 나뉜다. 그것이 경쟁력이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디테일이 중요하다. 미켈란젤로는 “완벽한 것은 사소한 데서 온다. 하지만 완벽 그 자체는 사소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말이 있다. 디테일을 외면하면 신은 악마로 변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단순 기술력이 아니라 섬세한 기술력과 디테일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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