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식품의 마지막 보루인 소주 가격마저 오를 전망이다. 소주의 핵심 원료인 주정 가격이 10년 만에 인상된 데다 병뚜껑, 소주병 취급 수수료,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대부분 올랐기 때문이다. 참이슬 제조회사인 하이트진로는 소주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소주값을 인상하면 롯데칠성음료, 무학, 보해양조 등 나머지 업체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한주정판매는 진로발효 등 10개 국내 주정 제조사가 투자해 설립한 판매회사다. 소주업체들은 대한주정판매에서 사들인 순도 95%의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제품을 생산한다.
소주의 핵심 원료인 주정값이 오르자 소주 가격 인상이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소주 시장의 6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주정값 등 원가 비용이 올라 내부적으로 소주 가격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병뚜껑 가격과 소주병 취급 수수료도 가격 인상을 자극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화왕관과 세왕금속공업 등 병뚜껑 업체들은 지난 1일 소주 병뚜껑 가격을 평균 16% 인상했다. 환경부는 이날부터 빈용기 취급 수수료를 400mL 미만 술의 경우 30원에서 32원으로(도매 19원→20원, 소매 11원→12원), 400mL 이상 제품은 34원에서 36원(도매 22원→23원, 소매 12원→13원)으로 인상했다.
빈용기 보증금 제도는 빈용기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2016년 시행된 것이다. 소주 제조사가 빈병을 받기 위해 지급하는 수수료뿐 아니라 물류비, 인건비까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미 소주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두고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 타격이 큰 가운데 주정 가격을 비롯해 제반 비용이 모두 오른 상황이라 업체들이 하이트진로의 가격 인상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 이전에 업체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주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도매 판매에 타격을 받아 주류 부문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한 5574억원, 영업이익은 30.3% 줄어든 44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무학은 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소주 가격이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주류기업 주가는 일제히 올랐다. 이날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무학 주가는 각각 1.7%, 3.2%, 8.1% 상승 마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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