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닷컴·마켓컬리·오아시스, 올 IPO시장 풍향계"

입력 2022-02-08 15:12   수정 2022-02-08 15:13


“최근 주식시장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개인들이 어디로 쏠리느냐’입니다.”

배영규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전무·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도 기관이 개인을 따라가지 않으면 지수보다 나은 수익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의 대량 유입’을 작년 기업공개(IPO) 활황의 핵심 동력으로 해석하면서 “올해도 개인 심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IPO와 회사채 발행 주관 등 국내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최상위 경쟁력을 자랑한다. 2020년 공모주 투자 붐을 일으킨 SK바이오팜을 포함해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테인먼트 등의 성공적인 상장을 뒷받침하면서 IPO 시장의 활황을 선도해왔다는 평가다. 작년에는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등의 상장을 대표 주관했다.

IB 부문을 총괄하는 배 전무는 올해 경계해야 할 부정적 변수로 ‘그린플레이션’을 꼽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나치게 빨라졌다는 판단에서다. 탄소 배출을 필요로 하는 필수 원자재의 생산 위축과 이로 인한 가격 상승이 기업과 가계의 비용 압박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올해 유동성 장세가 끝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증권사들도 우려를 느끼고 있고,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증시에서 자금을 빼 현금화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신규 상장 직후 좋은 주가를 나타냈다가 최근 공모가를 밑도는 회사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미래 사업 투자 열기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모바일메신저업체 디어유와 2차전지 소재를 만드는 엔켐 같은 곳은 여전히 공모가보다 크게 비싼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공모주 투자 열풍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큰 역할을 했다. 2020년 상반기까지 코스피지수가 2200포인트대에서 횡보하다가 하반기부터 급상승해 3000까지 올라오면서 ‘주식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경험과 기대가 형성됐다. 동시에 부동산 투자 규제 속에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기업 관점에선 주가지수 2000 시절보다 1.5배 많은 돈을 주식 발행으로 얻을 수 있게 됐으니 자연스럽게 유상증자 결정이 급증했다.”
▷올해 시장을 전망해 본다면.
“개인투자자 심리가 중요하다. 과거엔 ‘개미’들이 외국인과 기관이 어디 투자하는지를 연구했는데 지금 시장은 반대다. 펀드매니저들이 개인이 무엇을 살까 눈치를 본다. 많은 종목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도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이 주식을 사려 할 것’이란 개인들의 심리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지표로 접근하면 주가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기관이 개인을 따라가지 않으면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대형 기관들도 개인 눈치를 많이 보는지.
“최근 IPO를 하면 보통 국내외에서 1000곳 넘는 기관투자가가 몰리는데 이 중 장기 투자 기관은 100여 곳에 그친다. 이런 장기 투자 기관도 상장 후 주가가 너무 내려가면 강제 손절매도 압박을 느끼기 때문에 개인이 외면하는 기업엔 투자하기 어렵다.”
▷시장 분위기 변화를 읽기 위해 지켜볼 만한 종목은.
“전자상거래 기업인 SSG닷컴과 마켓컬리, 오아시스 세 곳이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쿠팡의 경우 예상을 깨고 (한때) 9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으로 뉴욕증시에 입성했다. 관련 업종 기대치가 크게 높아졌는데 유가증권시장에서도 투자 열기가 이어질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특별히 경계하는 악재가 있다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그린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좋은데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 전기차가 많아지더라도 여전히 전기 생산의 많은 부분을 화력발전에 의존해야 한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정책은 이 같은 발전 중국이 석탄 수입을 줄였다가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게 대표적이다. 곳곳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금리도 오른다.”
▷올해 IB부문 전략은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나.
“기업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IB전략컨설팅 부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산업 이해도가 높은 애널리스트 출신 인력을 동원해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짜고 성공적인 자금 조달을 돕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자금을 회수하는 은행들과 달리 고객사와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파트너로서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이현일/이태호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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