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차 "걷어내야 산다"…시트 빼고 미니밴으로 변신

입력 2022-02-08 11:18   수정 2022-02-0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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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차 시장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아웃도어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대형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선호 현상이 강해진 탓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같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성을 강화한 경차를 내놓는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차 4종(모닝·레이·스파크·캐스퍼) 판매량은 9만5267대로 전년(9만6232대) 대비 965대 줄었다. 2020년에 이어 2년째 경차 판매량이 10만대를 밑돌았다.

모델별로 보면 레이가 3만5956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모닝이 3만530대로 뒤를 이었다. 스파크는 1만7975대, 지난해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캐스퍼는 1만806대 팔렸다.

국내 경차 시장은 2012년(20만2844대)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을 정도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효자 시장'이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의 아웃도어 활동 증가에 따라 중대형 및 SUV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8년 연속 판매가 줄었다. 2008년 이후 계속된 10만대 이상 판매량도 2020년부터 깨진 상태다.

경차가 그간 누렸던 각종 세제 혜택이 줄어든 여파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19년부터 취등록세 면제 혜택이 사라졌고, 경차만 유일하게 적용받았던 개별소비세 감면도 현재 모든 차량에 적용되고 있다.

공영주차장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의 혜택도 조만간 축소될 위기에 놓여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경차 중심이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을 전기 및 수소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차 부재도 이유로 꼽힌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경차는 쉐보레 스파크, 기아 모닝 및 레이, 현대차 캐스퍼 4종이다.


쉐보레 스파크는 2015년 완전변경 이후 부분변경으로만 대응하고 있다. 그마저 올 8월부터는 생산 중단 절차에 돌입한다. 스파크가 생산되던 한국지엠 창원 공장은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기지로 바뀐다.

모닝도 2017년 신차 출시 후 전면부 디자인 변경 모델만 나왔다. 레이는 2011년 출시 후 완전변경 없이 유지 중이다. 그나마 현대차가 2002년 아토즈 단종 이후 19년 만인 작년에 내놓은 경차 신차인 캐스퍼 등장이 위안거리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실용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반영한 신차가 다양하게 출시돼야 판매량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완성차 업계는 상품성을 강화한 경차로 활로를 찾고 있다.


기아는 기존 2인승 밴 모델에서 동승석 시트를 제거하고 하단에 별도 수납 공간을 마련하는 등 최대 화물 적재용량을 1628L로 확대한 '레이 1인승 밴' 모델을 출시했다.

레이 1인승 밴은 사용자 목적과 취향에 따라 물류 운송 및 이동식 스토어, 레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기아는 "소규모 물류 비즈니스의 확대에 따라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높은 공간 활용성을 갖춘 레이 1인승 밴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1인 사업자 증가와 혼자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솔로 나들이족'이 늘고 있는 추세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현대차 캐스퍼 역시 최근 기존 2열 시트 공간을 비워 940L의 적재 용량을 구현한 '캐스퍼 밴' 모델을 내놨다. 현대차는 공간 활용성을 높인 경차 캐스퍼가 법인을 포함해 다양한 용도로 차량을 활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 선택폭을 한층 넓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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