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주택 매입 심리가 움츠러든 것은 과도한 집값 상승세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미국에선 주택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넓고 쾌적한 집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값이 뛰어올랐다. 미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택의 중위 가격은 34만6900달러(약 4억1540만원)로 전년보다 16.9% 상승했다. 초저금리 기조로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고정금리 기준)가 연 2%대로 내려앉은 것도 매수세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인의 집값 마련 창구인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가 오르며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 국책 모기지 보증기관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1주일간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연 3.55%로 1년 전(연 2.73%)에 비해 0.82%포인트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집값 급등과 모기지 금리 상승, 직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겹쳐지면서 잠재적 구매자들이 내 집 마련을 단념하고 있다”고 했다.
집값 상승과 매물 감소로 미국 중산층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 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연 소득 77만5000~10만달러인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주택 수는 2년 전에 비해 41만1000가구 감소했다. 30년 만기 모기지로 대출을 받고 주거 관련 비용이 소득의 30%보다 적다는 가정하에서다.
올해 미국의 집값 상승폭은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렌스 윤 미국공인중개사협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가 올 4분기 연 3.8%에 달할 것”이라며 “올해 주택 가격 상승률은 약 5%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부동산중개업체 브라운해리스스티븐스의 그레고리 헤이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건설업체들이 빠르게 집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상승은 몇 달 안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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