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사업장, 중대재해법 '무풍지대' 아니다

입력 2022-02-08 17:33   수정 2022-02-10 17:00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시행 전후 안타까운 중대재해가 몇 건 발생했고 검찰, 고용노동부 등 수사기관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발생하였지만 사망이라는 결과는 법 시행 후에 발생한 경우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1호 사건'이 결정될 것이라고도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주로 건설, 시멘트, 제철, 기계, 조선 등 제조업 생산직을 중심으로 발동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무직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장이라고 해서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할 것은 아니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2장 제1절의 안전보건관리체제, 제2절의 안전보건관리규정, 제3장의 안전보건교육, 제5장 제2절의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규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 결과 공장 등 생산현장은 본사와 떨어져 있고 본사에서는 서무, 인사, 경리 등 '사무직'만 근무하는 회사, 또는 업무의 성격상 '사무직'만 근무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본사 사업장 또는 회사 전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된 위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체제의 규정을 대부분 준용하고 있어, '사무직만 근무하는 본사 사업장 또는 회사'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는 고용노동부의 예전 해석 지침이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는"'사무직 근로자'는 사무실 등에서 주된 업무가 주로 정신적인 근로를 하는 자이며, 그 외 현장에서 종사하는 근로자 및 사무실에서 단순 반복업무를 하면서 업무 중에 자유롭게 움직이기 곤란한 업무(교대하지 않는 한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업무) 등을 하는 근로자는 '기타직 근로자'로 분류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영업에 직접 종사하는 자(판매사원, 수금사원, 텔레마케터, 병원의 경우 의사, 간호사 등), 외근기자, 보험모집인, 경비, 청소, 시설관리 업무 종사자 등은 '사무직 근로자'가 아닌 '기타직 근로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최근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즉, 유명 인터넷 포털업체에 대한 근로감독에서 해당업체는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유는 이렇다. “사무직이란 주로 문서를 처리하는 일을 다루는 직무로 기업전략·조직을 기획·관리·지원하는 업무를 통해 소속 사업체의 운영을 통제·관리하고, 직접적인 산업 활동을 수행하지 않으며 경영지원업무 등에 종사하는 자를 의미”하는데, ‘개발(서비스 개발)’, ‘디자인(UX/UI 디자인)’ 직무의 업무 내용은 ‘직접적인 산업 활동을 수행하지 않으며 경영지원업무 등에 종사하는 자’로 분류하기 어렵고 오히려 표준직업분류에 따른 ‘컴퓨터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전문가(전문가 및 관련종사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다른 사례에서도 ① “‘디자인연구소 소속의 직무’, ‘영업’, ‘컨텐츠 제작’의 직무는 사무직으로 보기 어려우며, 표준직업분류상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컨텐츠 제작, 디자인)’ 또는 ‘판매종사자(영업)’로 보임. (…)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사료됨”이라고 하거나, ② “장소적으로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내용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판단할 수 없으며, 직접적인 생산·판매 등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경영지원을 위해 서무·인사·경리·판매·설계 등의 사무업무에 전담하는 경우 등 실제 업무의 성격·내용·수행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 따라서 정보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라 하여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판단할 수 없음”이라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이와 같이 고용노동부는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범위를 좁히고 있고, 종전에는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보았던 사업장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는 행정지도나 감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즉, 기존에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더라도 '사무직'에 대한 해석 범위가 좁아짐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이나 회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령상으로는 어느 정도 비율의 사무직에만 종사하는 근로자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없으므로, 극단적으로는 단 한 명의 비사무직 종사 근로자가 있어도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현 상황에서 사업장이나 회사가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고, 사무직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관련 규정을 정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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