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화는 각종 방송사의 미술 관련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일반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중견화가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자연과 여성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해 왔다. 그의 작품은 화려한 화풍 덕분에 패션이나 화장품 기업에 인기가 많다. 포스코강판은 홍 작가의 그림을 철판에 인쇄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재단, 프랑스의 프랑스국립도서관, 포르투갈 국립판화미술관 등이 홍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 제목 ‘EPINE’은 가시 또는 가시나무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전시장에서는 가시를 주제로 한 풍경화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가시덤불은 인간의 접근을 막는 장벽이자 환경 파괴에 대한 자연의 저항을 상징하는 소재다. 가늘고 연약해 보이면서도 잘 끊어지지 않고, 모양이 보잘것없으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질박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모순적 존재이기도 하다. 홍 작가는 이 같은 가시덤불의 여러 속성을 다양한 색과 형상을 통해 정교하게 표현해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세로 194㎝, 가로 912㎝의 대작 ‘Epine.P.E 1030’이다. 빽빽하게 자라난 가시덤불이 숲을 뒤덮은 모습을 표현했다. 다 같은 가시덤불처럼 보이지만 가시딸기, 으름덩굴, 산유자나무, 탱자나무 등 미묘한 차이를 지닌 식물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시는 내달 1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