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공연 기회가 줄어든 국내 피아니스트들이 국제 콩쿠르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반 클라이번 영상 오디션 통과자의 평균 나이는 25세. 한국엔 늦깎이 지원자가 많았다. 30대 합격자 9명 중 5명이 한국인 연주자였다. 대부분의 국제 콩쿠르 지원 자격이 19세 이상 30세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10년 이상 콩쿠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박연민(31)은 최고령 합격자였고, 임윤찬(18)이 가장 어렸다.
다른 대회들도 비슷하다. 지난해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대거 1차 예선을 통과했다. 전체 74명 중 17명이 한국인으로, 국가별 최다 기록을 세웠다. 1995년 이 콩쿠르 1차예선 진출자 중에선 한국인이 아예 없었다.
클래식계에선 국내 클래식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콩쿠르 열풍’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클래식 공연 매출은 334억원. 미국(약 1800억원) 유럽(약 1700억원)과 비교조차 어렵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콩쿠르에서 우승하지 않고 입상만 하더라도 공연 기획사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며 “해외에 정착하지 못하더라도 국내에서 마케팅용으로 경력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연주자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콩쿠르 입상 경험이 쌓이면서 경연을 공략하는 노하우가 축적됐다는 것.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2000년대부터 한국 연주자의 콩쿠르 경험이 축적되자 심사진이 원하는 바를 해석하는 실력도 늘었다”며 “기본기가 탄탄해 예선에 대거 진출하지만 결선에선 개성을 드러내야 해서 우승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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