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극계의 스타였던 아드리엔 르쿠브뢰르는 1730년(38세) 공연 중 쓰러져 닷새 만에 목숨을 잃었다. 너무도 아쉬운 죽음이었기에 작센 백작 모리스를 사이에 둔 연적 부이용 공작부인의 독살설이 퍼졌다. 그녀의 삶이 외젠 스크리브와 에르네스트 르구베의 프랑스 연극(1849)으로 재현된 이래 몇몇 이탈리아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옮겼는데, 프란체스코 칠레아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1902)가 그중 대표작이다.
이 오페라에는 미덕이 많다. 실존했던 인물들이 등장하고, 막이 열리면 극장의 실감 나는 백스테이지부터 펼쳐지며, 소프라노와 테너 그리고 메조소프라노에게 인상적인 노래들이 잘 배분돼 있다. 이탈리아 오페라로는 드물게 발레 장면도 삽입됐고, 마지막 4막은 마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비올레타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깊은 감동 속에 마무리된다. 재평가해야 할 오페라는 많지만 칠레아와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역시 더 많이 알려져야 마땅하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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