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사장은 영상 인사말을 통해 “지난 12년 동안 현대차는 다양한 형태로 일본 시장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일본 고객과 마주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장소인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장소”라며 “재도전을 통해 자동차뿐만 아니라 고객을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일본에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만 판매할 계획이다.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카 분야에서 경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전기차 분야에서는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일본 브랜드들은 현대차 등 다른 글로벌 제조사보다 전용 플랫폼 전기차를 늦게 출시하면서 전기차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전용 플랫폼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수소전기차 넥쏘를 우선 출시한다. 오는 5월부터 주문을 접수하고, 7월부터 소비자에게 차량을 인도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다양한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를 일본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아이오닉 5 가격은 479만~589만엔(약 4970만~6110만원)으로 닛산 전기차 아리야(540만~740만엔)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현대차는 모든 차량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시도도 한다.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 검색, 결제, 배송 등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차량을 체험해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를 위한 ‘고객경험센터’도 요코하마 등 각지에 설치한다.
현지 차량공유 플랫폼인 ‘애니카’와 협업해 카셰어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이오닉 5나 넥쏘를 구매한 소비자가 애니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차량을 쓰지 않는 시간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시장 최초의 공유-소유 연계 판매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현대차가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던 쏘나타와 그랜저 등 중형 세단은 자국 브랜드들이 라인업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그때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나쁘지 않은 차를 파는 브랜드’ 정도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던 현대차가 성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본에서 인기있는 해치백과 경차 등도 현대차는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게다가 일본은 자국산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수입차 브랜드가 고전을 겪는 시장이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비중은 5.4%에 불과하다. 한국(18.6%)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브랜드가 그나마 선방하고 있고, 다른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0.5%를 밑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1~5위는 모두 독일 브랜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일본 판매량이 당장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만 판매하는 데다 딜러망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일본 친환경자동차 시장에서 ‘의미있는’ 점유율을 확보한다면 향후 시장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장 사장은 앞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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