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정책 실패비용 회수하려면

입력 2022-02-08 17:28   수정 2022-02-09 00:00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입 무역수지가 4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다. 에너지 수입금액의 급증 때문이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은 160억달러로 1월 무역수지 적자액을 상회한다. 관련 전문가들이 오래 걱정해온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일시적인 부품 수입증가 현상쯤으로 치부한다. 한마디로 에너지수입 효과를 선뜻 인정하지 않는다. 공공통제를 통해 가격과 시장기능 설정이 가능하다는 오랜 관료주의의 폐해다.

그러나 관료주의는 항상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연료비 연동형 전기요금 인상 거부로 인한 올해 10조원대 한전 적자가 대표적 사례다. ‘총괄원가 보상’ 원칙에 따라 언젠가 국민 추가부담이 된다. 지난 1년여 동안 3배 가까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도 수소경제 환상에 젖어 무작정 도입을 확대한다. 고도의 개방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한국이 글로벌 시장변화에 비탄력적 대응을 지속하는 묘한 ‘아이러니’다.

국제석유시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상승과 공급망 장애, 중동·우크라이나 분쟁 등으로 큰 변화 가능성이 축적돼 왔다. 그 결과 배럴당 5달러쯤 격차가 오래 지속돼온 미국과 유럽 기준유가 수준이 이례적으로 거의 같은 배럴당 90달러대다. 무차별적 유가 상승의 조짐으로 100달러 수준은 언제든 가능한 셈이다. 이런 여건에서 미래 유가는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 관리정책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공급망 장애가 인플레 유발→통화긴축→성장저하→수요축소→공급투자 축소라는 악순환 방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 등 4대 전략물자와 함께 새로운 석유공급 정책에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확장전략에 대응해 기술혁신투자 확대, 물가관리와 제조업 경쟁력 확충을 겨냥한 새로운 ‘미국혁신경쟁법안’의 시발점이 석유안보 강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들은 내밀하게 70년대 석유파동 때의 비상대책추이를 재검토하고 있다.

우리도 에너지정책 실패 회피대책이 시급하다. 막연한 당위론적 정책대응보다 구체적 정책 실패비용 회수·보전대책을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실패 비용의 추산이 먼저다. 그러나 매우 힘든 일이다. 학계 검증이 완료된 검증모형도 없다. 이에 2021년 1월 이후 제한된 기간 유가예측 실패비용을 필자 개인책임 아래 추산해 본다.

우선 국제유가는 코로나 사태 회복기미를 보인 2021년 2월 이후 1년 동안 60달러에서 90달러 수준으로 약 50% 올랐다. 이 기간 중 평균유가를 배럴당 75달러, 유가상승 폭을 약 25%로 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원유도입 시기조정, 비축, 도입처 조정 등 효율적 정부 대응으로 도입금액 10% 감축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원전과 석탄발전 가동 증대, 에너지효율사업 확충 등으로 약 5% 추가 도입액 감축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 이상의 두 가지 대응만으로도 1월 무역수지 적자의 절반인 24억달러 정도 절감이 가능하다. 만약 환율 등 거시경제정책과 에너지효율 정책공조가 가능하다면 효과는 더욱 확대, 지속될 수 있다. 신축주택 가스난방금지 등을 통해 가정 에너지비용을 크게 절감한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이 경우 비효율적 에너지투입 구조를 가진 우리 정책실패 비용인 무역수지 적자를 5년 안에 근절할 길이 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래와 같은 석유, 전력 등 개별 에너지정책의 상황별 미세조정으로는 안 된다. 국가 에너지시스템 전체의 효율향상 대책이 중심이 돼야 한다. 실현가능성과 효과가 불분명한 RE100(기업소비 전력 100% 신재생)이나 ‘그린 택소노미(친환경기술 분류체계)와 같은 개념을 남용해서도 안 된다. 정치적 이념보다 글로벌 시장논리, 정부보다 소비자이익을 우선한 정책이념 재정립이 긴요하다. 다음 정부는 관료주의에 매몰되지 않은 중립적 전문가 발굴과 효율적 활용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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