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나오면 비트코인 더 필요해진다 [한경 코알라]

입력 2022-02-09 10:02   수정 2022-02-09 10:03



2월 9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5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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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안의 국제무대 데뷔
지난 2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전 세계인의 축제 2022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렸다. 각국 대표단이 자웅을 겨루는 16일간 전 세계에서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며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최소 수십조 원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발생한 생산, 부가가치 유발 규모를 41조6000억 원, 고용 유발은 23만2000명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한 국제적 행사인 만큼 중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디지털 위안화(e-CNY)'를 외국인에게 처음 공개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개발한 디지털 위안화 스마트폰 전자지갑은 그동안 중국 국민만 실명 인증을 거쳐 만들 수 있었는데, 이제 외국인도 중국 핸드폰 번호만 있으면 만들어 식당, 편의점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인민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다. 중국은 그동안 대도시들에서 차례대로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였는데 2021년 하반기까지 결제된 금액이 무려 80억 달러에 달한다. 발 빠른 중국의 행보에 자극받은 다른 나라들도 CBDC 도입에 적극적이다. 비영리기관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에 따르면 전 세계 GDP의 90%를 차지하는 90여 개 국가가 모두 C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BDC의 태생적 한계
그렇다면 CBDC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쓸모없어질까? CBDC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흔히 나오는 질문인데 사실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CBDC의 부상은 반대로 정부나 중앙은행의 영향을 받지 않는 탈중앙화된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미 외국인들에게 사용되기 시작한 디지털 위안화를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자. 물론 결제 프로세스를 단순하게 하여 비용을 줄이는 장점은 있지만 사생활 침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CBDC 사용이 보편화되면 발행 주체인 중국 인민은행과 정부에 모든 국민의 돈 거래내용을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특권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중국은 이미 현금보다 알리페이, 위챗페이가 더 많이 쓰일 정도로 모바일 결제가 국민 실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나라다. 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이미 수억 명에 달하는 고객들의 금융 거래내용을 모두 들여다보고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만약 정부가 특정 인물의 금융거래 데이터를 보려면 해당 기업에 협조 요청을 해야 하지만, CBDC가 사용되는 세상에서는 정부가 이런 최소한의 단계 없이 직접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아니, 모든 데이터가 알아서 정부 손아귀 안에 쌓이게 된다.

CBDC의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단순히 '어디에 썼는지' 감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디에 쓸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어느 도시에 대지진이 나서 수많은 이재민이 생기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정부는 곧장 해당 지역의 국민이 보유한 CBDC를 꼭 필요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사는 데만 쓰이도록 제한할 수 있다. 술, 담배 등 기호식품이나 사치품에는 사용에 제한이 걸리는 식으로 돈의 용처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이에 반발하기라도 하면 즉시 전자지갑을 닫아버리거나 지갑 안에 들어있는 디지털 위안화를 몰수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아직 CBDC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사용되기도 전인데 벌써 사생활 침해 문제를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필자만 있는 건 아닌 듯 하다. 미국 하원의 톰 에머(Tom Emmer) 의원은 이미 Fed가 국민에게 직접 CBDC를 발행할 수 없도록 막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도 나중에 CBDC가 통용되면 불거질 사생활 침해 문제를 벌써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가 등장한 이유
반면, 비트코인을 대표로 한 암호화폐는 태생부터 CBDC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띤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가장 큰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2008년, 정부와 은행의 모럴 해저드가 불러온 뉴욕발 금융위기의 파도가 전 세계를 집어삼키던 혼돈의 한 가운데서 태어났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사람들끼리 정부나 은행 같은 제3자의 개입 없이도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었으며 몇 년 후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렸다는 영화 같은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정부나 기관도 송금을 막거나 네트워크 자체를 셧다운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탈중앙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돈이 보내지기 때문에 누구든 돈을 받을 상대방의 지갑 주소만 있으면 별도의 신원인증 없이도 코인을 보낼 수 있다. 이런 특성은 설령 완전히 합법적인 금융거래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대안처를 제공한다.

인간에게 최소한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하는 행동이 지금 합법이라고 해서 10년이나 20년 후에도 합법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쓰고, 사업상 거래를 위해 돈을 보내고 받는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금융 거래는 복잡하고 다단한 의사결정 과정 그 자체이며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남기는 원천이다. 내가 오늘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한 1000위안이 몇 년 후 바뀐 정권의 입맛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
CBDC 풍선효과
풍선효과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풍선은 한곳을 누르면 그곳은 들어가지면 저항이 적은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른다. 이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현상을 제지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현상을 풍선효과라고 한다. 2008년 미국 중앙은행(Fed)은 은행들의 부도를 막는다는 명분에 따라 천문학적인 양적완화를 단행했는데, 은행들은 소비자 보호나 문제 해결에 돈을 쓰기는커녕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그리고 그해 말 비트코인이 태어났다.

중국은 작년에는 자국 내 비트코인 채굴과 암호화폐 거래를 일절 금지하더니 올해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와 함께 CBDC를 국제무대에 공개했다. 만약 중국에서 CBDC 사용이 본격 통용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우려한 사생활 침해 문제들이 불거지면 어떻게 될까?

돈이라는 풍선 위에서 CBDC가 꾹 누른 자리 반대편에는 이미 비트코인과 암호화폐가 부풀어 오르고 있다.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90여 개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CBDC를 도입할수록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프라이버시의 마지막 보루로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CBDC와 비트코인, 중앙대 탈중앙의 역사적 대결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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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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