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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유행의 절정(full blown)을 벗어났다는 낙관적 진단이 나왔다. 올해 안에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시행하는 모든 방역 조치들도 풀릴 것이란 평가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포함해 모든 방역 규제가 끝나길 희망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이뤄지는 결정들은 '중앙 정부'보다는 '지역사회'에서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스스로 바이러스를 다루는 방법을 결정할 때라는 의미다.
파우치 소장은 팬데믹 기간 내내 감염병 유행 양상에 대해 보수적 전망을 주로 해왔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지 않을 때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신중했던 파우치 소장이 팬데믹 위기를 끝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오미크론으로 팬데믹 국면을 끝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커졌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의 각종 코로나19 규제가 끝나는 시점을 묻는 질문에 파우치 소장은 "곧 끝나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올해 안에 끝날 것이란 분석에 대해 동의했다. 다만 지역사회의 유행 상황에 따라 크고 작은 조치들이 다시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90만 명을 넘었다. 여전히 매일 사망자가 늘고 있지만 확진자 숫자는 급격히 떨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 등이 경험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풍토병(엔데믹)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파우치 소장은 이런 주장을 반복하진 않을 계획이다. 그가 대신 택한 단어는 균형(equilibrium)이다. 코로나19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감염병이 될 것이란 의미다.
그는 "이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다만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백신이나 자연감염으로 면역을 얻어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과거의 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앞으로 모든 미국인이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백신 부스터샷을 맞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의 면역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30세 성인이라면 4~5년에 한번 부스터샷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NIAID는 코로나19 이후 차기 유행을 이끌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를 모니터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다른 팬데믹이 덮치면 백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미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면서 백신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이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유행 초기부터 치료법을 개발에 나섰고 렘데시비르가 유행 후 1~2개월 만에 개발됐다"며 "이는 다섯 가지 코로나19 치료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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