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ARM 매각실패…투자위축·재무악화 '이중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2-02-09 14:57   수정 2022-02-09 14:59



소프트뱅크그룹이 영국 반도체 설계 자회사 ARM의 매각에 실패한 여파로 신규 투자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이중고에 시달릴 전망이다. 1조엔(약 10조3582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던 매각 차익이 사라진 탓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8일 실적설명회에서 ARM의 매각을 철회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2016년 ARM을 310억달러(약 37조원)에 인수한 소프트뱅크그룹은 2020년 9월 미국 엔비디아에 이 회사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엔비디아가 100억달러 이상의 현금과 최대 8%의 자사주를 소프트뱅크에 지급하는 구조로 총 거래규모가 400억달러에 달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ARM 매각을 통해 1조엔의 신규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매각 실패로 없던 일이 됐다.

손 회장은 올해 안에 ARM을 주식시장에 상장(IPO)하겠다고 밝혔다. ARM이 주식을 공개할 시장은 미국 나스닥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ARM 매각 좌절로 차익 1조엔을 신규투자하고, 엔비디아·ARM·소프트뱅크그룹의 최첨단 반도체 연합을 탄생시켜 '인공지능(AI) 혁명'에 불을 지핀다는 전략도 틀어졌다"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의 기업가치와 재무구조도 동시에 타격을 받게 됐다. 소프트뱅크그룹이 가장 중시하는 경영지표인 시가순자산(NAV·투자기업의 주식가치에서 부채를 뺀 지표)은 작년말 기준 19조3000억엔으로 9월말보다 8% 줄었다.

재무위험을 나타내는 부채커버율(LTV)은 22%로 3개월 만에 3%포인트 상승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의 관리 목표인 25%에 근접했다. 현재 소프트뱅크그룹의 부채 규모는 14조엔으로 연간 이자만 2400억엔에 달한다.

실적부진까지 겹치면서 소프트뱅크그룹의 주가는 작년 최고치로부터 반토막났다.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나타내는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의 프리미엄은 3%대로 치솟았다. 투자대상 기업인 위워크의 경영부진으로 CDS 프리미엄이 2% 후반까지 올랐던 2019년보다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

올해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고, 주식시장이 부진하면 소프트뱅크그룹은 조달비용 상승과 기업가치 하락이라는 타격을 연달아 입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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