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끔찍한 '명예살인' 사건이 또 발생했다. 용의자는 어린 아내를 참수한 후 머리를 들고 웃으며 거리 행진까지 했다.
6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인터내셔널은 후지스탄주 아바즈시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해 사법당국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 아바즈시 중심가에는 한 남성이 한 손에 긴 칼을 다른 한 손에는 젊은 여성의 머리를 쥐고 미소를 지으며 도심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끔찍한 거리 행진 동영상은 언론과 인터넷을 타고 이란 전역으로 확산했다. 뉴스통신사 로크나는 관련 사진을 홈페이지 전면에 게시했으며, 현지 인터넷은 명예살인 관련 검색어로 도배됐다.
파문이 일자 현지 검경 등 사법당국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압바스 호세이니-푸야 후지스탄주 검찰총장은 언론에 "희생자의 남편과 시형 등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도 "용의자들은 모두 범행을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희생자는 모나 헤이다리(17)라는 여성이다. 헤이다리는 12살 때 사촌과 결혼해 14살에 아들을 낳았으며, 얼마 전 가출해 터키에 머무르다 친아버지와 남편에게 붙잡혀 다시 이란으로 끌려갔다.
사법당국은 헤이다리가 가족에게 불륜 사실을 들켜 터키로 달아난 것이라고 전했다. 헤이다리의 친아버지가 자신의 조카이자 사위인 헤이다리의 남편과 터키로 가 딸을 끌고 왔으며, 헤이다리의 남편은 불륜에 대한 처벌로 아내를 참수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이번 살인 사건의 책임을 희생자에게 돌리는 늬앙스를 보였다.
후지스탄주 검찰총장은 한 술 더 떠 "집을 나간 아내가 터키에서 찍은 사진을 직접 남편에게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그게 남편의 부정적 감정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은 "살해 현장, 잘린 머리 노출에 대해 법적 조처를 할 것이다. 동영상 최초 촬영자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포자도 처벌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6일에는 사건 관련 사진을 게시한 뉴스통신사 로크나의 홈페이지를 일시 폐쇄 조치하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비난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익명의 네티즌은 "검찰이 희생자가 남편을 자극해 제 무덤을 팠다는 식으로 책임을 희생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현지 보도 통제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현지 보수 언론은 이번 사건을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폭력적 콘텐츠라는 이유로 진보 언론 보도만 문제 삼고 있다는 것.
명예살인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 변호사는 개혁파 언론 샤르그와의 인터뷰에서 "사법적 구멍이 명예살인의 길을 닦은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란을 포함한 이슬람권 일부 국가에서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아버지나 남자 형제가 보호자로서 아내와 미성년 자녀, 여자 형제에 대한 훈육 권리를 가진다. 일정 정도의 가정 폭력은 물론, 명예살인까지 종교적 관습에 따라 허용된다. 특히 성 문제는 불명예로 간주하여 '명예살인'이 벌어져도 처벌하지 않는다. 또 성범죄 피해자에게 도덕적 책임을 물어 살해하는 것도 용인된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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