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전 시급한 이재명…'安과 단일화' 승부수 던질까

입력 2022-02-09 17:40   수정 2022-02-10 09: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론이 여당에서 분출했다. 이 후보는 “내가 아는 바로는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20대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안 단일화’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선거판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與 “여러 이야기 오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당내와 캠프에서 토론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지난 한 달 동안 일들이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이 안 후보 측에 개헌을 포함,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안 단일화론은 빠르게 확산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안 후보가 추구하는 정치적 노선과 가치와 공약들,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의 상황을 본다면 오히려 이 후보와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며 “안 후보도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같이) 이야기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 역시 “안 후보가 의석 180석의 민주당과 함께하는 용단을 내린다면 한국 정치 교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정치 교체를 함께 이루자”고 제안했다.
李의 지지율 반전 카드?
민주당이 안 후보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최근 지지율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안 후보 지지층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겹친다고 보는 게 대체적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도덕성을 중시하는 중도 진보층의 표심이 안 후보 쪽으로 일부 움직였다는 게 민주당 내 시각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윤 후보를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전통적 진보 지지층 일부가 김씨의 도덕성 논란에 안 후보로 지지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안 후보 지지율의 3~4%포인트 정도는 이 후보 지지층과 겹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이 후보는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지지율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로서는 지금까지 나온 악재를 뒤집을 만한 반전의 계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뒤 지지율 상승효과)를 누릴 절호의 기회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를 통해 선거의 흐름을 바꿔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만약 이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가 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까지 이뤄진다면 폭발력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식적으로는 부인
이·안 단일화 카드는 안 후보의 몸값을 높여 결과적으로 야권 단일화를 어렵게 하는 전략도 될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이 후보는 ‘필패’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 후보로서는 야권 단일화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단일화 시 이 후보가 안 후보 지지율의 2%포인트는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최종적으로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아도 야권 단일화를 막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공식적으로는 단일화론을 부인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 측이 안 후보 측에 의원내각제 개헌을 제시하고,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단일화론을 띄우는 것은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중도층을 가져가기 위한 의도”라며 “진짜 단일화하려면 실무진이 만나야 하는 것이지, 언론 보도로 나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양당 모두 비공식적인 제의가 오고 가는 개별적 접촉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조미현/김인엽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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