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부적절한 의전 및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대리처방이나 소고기 구매 후 ‘카드 바꿔치기’ 등 핵심 불법 혐의에 대한 언급 없이 “수사·감사 결과 책임이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김씨의 사과를 두고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등판한 이낙연 전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씨는 9일 서울 여의도동 민주당사를 찾아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요 의혹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법인카드 결제 및 부적절한 의전을 지시한 당사자인 배모 비서관에 대한 관리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 A씨는 도에 처음 왔을 때 배 비서관이 소개시켜줘 인사했을 뿐, 이후 소통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시간 지속된 범죄행위에 대한 동문서답식 사과”라며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와 의구심을 결코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씨의 사과 뒤에는 이날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첫 일정을 소화한 이 전 대표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김씨가)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합정동 민주당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n번방, 디지털 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 참석했다. 이 후보는 ‘젠더 갈등 조장’ 논란을 의식한 듯 “통계적으로 보면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의 30%가 남성일 정도로 남성 피해자도 상당히 많다”며 “인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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