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9일 대사관 소셜미디어 계정 등을 통해 “이 문제는 본래 기술적인 문제인 만큼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기관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그러나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은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를 비판하고 심지어 반중 정서까지 선동하고 양국 국민감정을 악화시키고 중국 네티즌들의 반격을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에 대해 부득불 엄중한 우려를 표하고, 엄정한 입장을 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올림픽에 개입하거나, 판정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결코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며 “한국 개별 매체와 정치인들이 ‘동계올림픽에 흑막이 있다’고 억측하며 ‘중국 정부와 체육 부문이 반성해야 한다’고 멋대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로 우리는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대사관 측은 스케이팅 종목에 초고속 카메라 등 첨단 기술 지원이 이뤄진 사실, 선수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기 규칙 개정이 이뤄진 점, 영국인 심판장 피터 워스가 세 차례 올림픽에 나선 권위자라는 사실 등을 짚었다.
지난 7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종목 준결승에서 우리나라 황대헌·이준서 선수가 각각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한 바 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구촌 화합의 장이어야 할 베이징 올림픽이 자칫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며 “매우 실망스럽고 국민의 분노에 같은 느낌을 가진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우리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깊이 공감하며,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거들었다.
외교가에서는 한·중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주한 중국대사관이 국내 여론의 정반대 입장문을 잇달아 내놓으며 반중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국 정치인의 발언과 언론을 대사관이 문제 삼는 건 사실상 내정 간섭이기 때문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8일 ‘한복 공정’ 논란 당시에도 입장문을 내고 “전통 문화(한복)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이라며 “중국 조선족과 한반도 남북 양측은 같은 혈통을 가졌다. 복식을 포함한 공통의 전통 문화를 갖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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