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는 9일(현지시간) “영국 국민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생활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4%를 기록했다. 1992년 이후 최고치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영국에서 지난 4주간 평균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3.8% 급등했다.
이처럼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으면서 “영국 성인 10명 중 1명은 끼니 걱정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칸타르 관계자는 “지난 1년간 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올해 영국 가계가 감당해야 하는 식료품 가격은 최소 연간 180파운드(약 29만원)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탓에 영국 근로자의 작년 11월 평균소득(실질임금)은 전년 동기에 비해 1%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CNBC는 “영국 최대 식료품 체인점 테스코의 존 앨런 회장이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전망하는 등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위기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도 영국인의 살림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등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가스·전기시장 규제기관인 오프젬은 최근 에너지 요금 상한선을 54% 높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영국 내 수백만 가구의 연간 에너지 요금은 오는 4월부터 700파운드가량 인상된다.
영국인이 감당해야 할 세금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영국 근로소득세는 4월부터 1.25%포인트 인상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여당인 보수당의 반대에도 세금 인상을 강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공중보건 및 사회복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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