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해외여행은 하나투어와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OTA들이 양분하던 시장이었다. 패키지 여행에선 하나투어의 독주체제였다. ‘코로나 봉쇄’가 시장을 완전히 바꿔놨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여행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국내 여행을 중심으로 사용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MAU(월간이용자수)는 각각 446만명, 338만명에 달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국내 여행 수요가 폭발하며 28일 현재 양대 여행 플랫폼의 MAU는 500만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앱 2위인 요기요의 MAU가 1000만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일상화된 앱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숙박 등 여행 관련 검색만으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괄목할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행업계에선 하나투어, 야놀자, 여기어때의 신(新)삼국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각 IMM프라이빗에쿼티, 스카이레이크, CVC캐피털 등 사모펀드가 투자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손정의 투자 방정식 제 1 원칙은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될만한 스타트업에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왕이 될 상(相)’이어야만 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야놀자 역시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면 우선 한국 여행 산업에서 압도적인 지위에 올라서야 한다. 코로나19로 국내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야놀자는 ‘모텔 중개’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어느 정도 넘어섰다. 현재 야놀자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아웃바운드 여행 시장이다. 베트남, 인도 등에서 주요 숙박관리업체들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 인터파크까지 품에 안았다.
야놀자의 야심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객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것이다. 마치 객실을 거대 물류센터 선반 위의 상품처럼 만들어 전세계 여행자들의 수요와 연결시켜주겠다는 발상이다. 이 같은 야심찬 발상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숙박업이 몇몇 글로벌 호텔 마피아들이 독식하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메리어트, 힐튼, 하얏트 등 거대 호텔 사업자들은 그들끼리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형적인 공급자 우위의 시장을 만들어왔다. 이웅희 H2O 대표는 “호텔 마피아들은 산업 전반의 IT 혁신에도 불구하고, 기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혁신에 그다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쿠팡이 기존 택배사들의 공급자 위주 마인드를 뒤집으며 로켓배송이라는 신개념 상품을 만들어냈듯이, 야놀자에도 비슷한 기회가 찾아왔다는 의미다.
해외여행 시장은 패키지 여행의 강자인 하나투어가 시장 재탈환을 위해 만만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객실을 야놀자의 시스템으로 묶는다는 발상은 말은 쉽지만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국내에서 숙박업체들을 끌어들일 때도 엄청난 영업 비용을 지불해야했는데 해외에선 수업료가 어느 정도일 지 예상조차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나투어가 수십년 해외에서 쌓아 온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야놀자가 단숨에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이전까지 패키지 여행의 최강자 지위를 누렸던 하나투어는 펜데믹 충격이 오히려 약이 됐다. 뻔한 패키지를 버리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춘 신개념 패키지 상품을 준비 중이다.
여기어때는 야놀자의 발밑을 흔드는 무서운 경쟁자다. 야놀자가 해외에 공을 들이는 사이, 여기어때는 국내 숙박업체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액티비티와 여행 컨텐츠들을 숙박과 함께 제공하면서 국내 인지도 면에선 야놀자의 기세를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기어때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숙박플랫폼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며 “예전엔 남성들이 여행 코스를 짜면 여성은 따라가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여성이 좋은 숙박을 고르면 그 다음에 코스를 짜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아웃바운드 여행과 관련해서도 여기어때는 일본, 베트남 등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해외 여행지 몇 곳만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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