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도체 기업 ARM 매각 철회를 공식 선언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출구 전략으로 IPO(기업공개)를 택한 가운데, 영국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RM이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로 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CNBC는 9일(현지시간) "영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런던증시가 대어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최대·최고 기술기업인 ARM이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해 경제 전반에 혜택을 주고 증시를 떠받쳐주기를 바란다는 판단에서다.
ARM은 영국 기업이지만, 2016년 소프트뱅크가 320억달러(약 38조원)를 들여 ARM을 인수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8일 미국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IPO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ARM이 나스닥과 런던증권거래소 중 어디를 택할지를 놓고 시장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가 ARM의 미국행을 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혹스턴벤처스의 후세인 칸지는 "영국 상장을 통해서는 업사이드(가치상승) 여력이 전혀 없다"며 "런던 거래소에서는 부족한 기업분석력, 평가절하 된 밸류에이션 등 다운사이드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소프트뱅크가 미국보다 영국 상장을 우선시한다면 매우 비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벤처투자자도 "ARM으로서는 깊은 분석력과 장기적인 마인드, 기술에 우호적인 투자분위기 등이 넘쳐나는 미국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들의 최대이익"이라고 강조했다. CNBC는 "지난해 딜리버루 트랜스퍼와이즈 등 다수의 영국 스타트업이 런던증시에 입성했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폭락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대런 존스 의원 등 영국의 정치인들은 "만약 ARM이 런던증시로 오지 않는데도 과연 보리스 존슨 총리가 '런던은 기술기업이 자본을 조달할 최적의 장소'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트위터를 올리며 ARM의 영국행을 압박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ARM이 미국과 영국에 이중상장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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