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小白山)은 ‘작고 흰 산’이라는 뜻이다. 여러 백산(白山) 중에 작고, 겨울이면 눈이 많이 쌓여 하얀 빛을 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슷한 경관을 자랑하는 태백산(太白山)과 비교해보면 소백산 능선이 북동에서 남서 방면으로 길게 펼쳐져 있어 더 탁 트인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겨울 산행은 카멜레온과 같아 날씨 예측이 쉽지 않다. 누구나 온통 눈으로 뒤덮인 새하얀 설경을 기대하지만, 실제 볼 수 있을지는 복불복이다. 산행 초반만 해도 맑은 하늘에 적당히 찬바람이 불어 아름다운 설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금세 거센 눈보라가 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산이 그날 내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섣불리 예상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들뜬 마음을 안고 희방사에서 오전 9시부터 일행과 함께 산행을 시작했다. 유독 하늘이 눈부시고 청명해 느낌은 좋았다.
1시간반 정도 올랐을까.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칼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바람이 소용돌이 모습을 한 채 온몸을 에워쌌다. 소리는 거센 파도소리처럼 들렸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위로 눈서리가 앉자마자 얼어붙었다. 손끝이 얼어 스틱을 쥔 손은 점점 마비되는 것 같았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강추위였다. 목을 축이고 싶었지만 준비해 간 생수는 이미 얼음이 된 상태였다. 바람이 잠시 쉬어갈 때면 두텁게 쌓인 눈길이 나타났다. 족히 100㎝는 넘게 쌓였다. 사람의 발걸음 흔적이 없는 곳에 발을 잘못 내딛어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대자연 앞에서 한낱 미물이 된 기분이었다.
등산을 시작한 지 8시간이 지나서야 천동탐방지원센터를 거쳐 주차장에 도착했다. 총 걸은 거리는 14.8㎞. 근처 식당에 들어가 일행과 소백산 막걸리를 한잔 걸쳤다. 난로에 손발을 데우며 한참 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다. 지상으로 내려와 현실세계로 돌아왔지만 아직 마음은 겨울 왕국에 있었다. 그렇게 다음번 산행을 기약했다.
소백산=김채연/정소람 기자/사진=유창재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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