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변경공시’를 발표하는 상장사가 속출하고 있다. 농심과 쌍용C&E의 이익이 전년 대비 쪼그라든 것은 라면 등의 식품과 시멘트에 쓰이는 원재료인 소맥과 유연탄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소맥 선물 가격은 작년 말 한때 부셸당 856센트까지 치솟았다. 2020년 말 640센트 수준이던 가격이 33%나 급등했다.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 역시 1년 새 t당 50달러에서 100달러 수준으로 두 배가량으로 뛰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 지난해 4분기 기업들의 이익을 갉아먹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토로하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기업은 107곳에 달한다. 적자전환한 기업도 40곳이나 된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받은 타격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익이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대비 지난해 흑자전환한 기업은 28개로 적자전환한 기업에 크게 못 미친다.
선박엔진을 제조하는 HSD엔진은 작년 4분기 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회사 측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충당금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선박용 엔진에 쓰이는 강판 가격은 2020년 t당 61만8000원에서 작년 3분기 105만8000원까지 뛰었다.
복분자주로 유명한 보해양조도 작년 4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보해양조 측은 “과실주 제품 판매 호조로 매출이 늘었지만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판매비 증가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은 건자재 자회사인 현대엘앤씨가 ‘원자재 쇼크’에 휩싸이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현대홈쇼핑은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7.0%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자회사 현대엘앤씨의 영업이익이 73%나 쪼그라든 게 원인이었다. “원자재 단가 급등과 물류대란으로 제반비용이 증가했다”는 회사 측 설명처럼 유연탄, 목재 가격 등이 급등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업계에선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올 1분기에도 기업들의 원자재 가격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임금 후폭풍으로 실적이 크게 감소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실적발표를 하면서 조선 계열사들이 통상임금 판결로 인한 충당금 설정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기계는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충당금이 영업비용에 반영돼 작년 4분기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제철 역시 통상임금 2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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