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의 세계사》는 110여 개국 국기와 국제기구, 민간단체 등의 깃발에 관한 역사를 풀어낸 책이다. 베스트셀러 《지리의 힘》으로 대중적인 명성을 얻은 국제문제 전문기자 팀 마셜이 썼다. 책은 각국 국기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해 현재 세계 정세와 각국에서 첨예하게 벌어지는 정치·사회적 갈등을 아우른다. ‘우리’와 ‘남’을 구분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깃발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오랜 옛날부터 그림 등의 상징으로 부족과 집단의 정체성을 표현해왔다. 다만 오늘날처럼 깃발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중국이 비단을 만들면서부터였다. 비단은 가볍고 바람에 잘 휘날려 국기의 소재로 안성맞춤이었다. 비단으로 만든 국기라는 개념은 실크로드를 통해 아랍권과 유럽에 전파됐다. 지금까지도 쓰이는 가장 오래된 국기는 13세기 초부터 사용된 덴마크의 ‘단네브로’다.
깃발의 탄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중국은 정작 19세기 중반까지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을 만들지 않았다. 중국이 곧 천하의 중심이므로 굳이 별도의 식별 기호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청나라가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뒤 이런 인식은 희미해졌고, 1863년 중국의 첫 국기가 탄생했다.
오늘날 중국 깃발인 오성홍기의 노란색 큰 별은 공산당의 지도력을, 네 개의 작은 별은 계급에 대한 마오쩌둥의 ‘연합전선’ 구상을 상징한다. 작은 별 중 ‘애국적인 자본가’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해적기와 백기, 오륜기와 유엔 깃발 등 다양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깃발에 대한 설명도 시선을 끈다. 저자가 유쾌하게 풀어내는 깃발의 이름과 유래, 디자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사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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