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편 편향》(키스 스타노비치 지음, 바다출판사)은 ‘인간은 왜 계속 편을 가르는가’에 대해 답한다. 캐나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우리편 편향(Myside Bias)’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팔이 안으로 굽는 식으로 진실을 외면한 채 우리 편만을 우호적으로 해석하는 편향이다. 한 실험에서 대학교 미식축구 경기 영상을 두 학교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이들은 똑같은 화면을 보고서도 자기 학교 팀에 유리하게 반칙의 숫자를 셌다.
대개 열린 생각,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편향이 덜하다. 그런데 우리편 편향은 달랐다. 인지 능력이 뛰어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편 편향은 그대로 나타났다. 전문적인 추론가, 이른바 가방끈이 긴 사람, 고도로 지적인 사람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연구에 따르면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는 사람들 혹은 고급 언론 출처에 꾸준히 몰두하는 고학력자가 우리편 편향에 빠져들 위험이 컸다.
이런 편향을 줄이기 위해선 자신의 신념을 꾸준히 의심해야 한다. 관점을 바꿔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아이스크림과 브로콜리에 비유한다. 우리편 편향은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같다. 하지만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 일부러 브로콜리를 먹듯 편향을 줄이기 위한 인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해나무)는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연구 주제인 ‘인지조절’을 다룬다. 생각을 행동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인지조절이 없으면 우리는 메뉴판에서 메뉴를 고르거나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의 가장 간단한 행동도 제대로 할 수 없다. 1986년 44세의 환자가 병원에 찾아왔다. 10년 전 전두엽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지능검사에선 여전히 상위 1%에 들었지만, 그의 삶은 무너지고 있었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했고, 무모한 사업을 벌이며 평생 모은 돈을 날렸다. 식당에서는 똑같은 메뉴판을 읽고 또 읽었다. 인지조절 능력을 잃어버린 탓이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인지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전전두엽이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착각했다. 중요성이 드러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책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인지심리학 실험, 컴퓨터 시뮬레이션, 최신 고고학적 발견 등을 토대로 인지조절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이어 인지조절에 관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쉬운 말로 설명한다. 저자는 “인지조절을 날카롭게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 기능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권력의 심리학》(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웅진지식하우스)은 어떤 사람, 어떤 시스템이 더 쉽게 권력을 손에 넣고 쉽게 부패하는지를 탐구한다. 우선 제도와 문화가 큰 역할을 한다. 미국 뉴욕에 머무르던 각국의 유엔 대사들은 한때 면책특권으로 불법 주차를 일삼았다. 참다못한 뉴욕시장이 ‘삼진 아웃’ 규칙을 시행하면서 불법 주차 시대가 끝났다. 부패 문화로 악명 높은 쿠웨이트 외교관들도 법 시행 전에는 주차 위반 건수가 1인당 평균 249회에 달했지만 시행 후 0.15회로 줄었다. 시스템이 부패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제도적 민주주의가 보장돼 있더라도 좋은 지도자를 선출하기는 쉽지 않다. 뇌의 본능이 선사 시대에 머무르고 있어서 지도자를 선택할 때 오류가 발생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성보다 남성, 남성 중에서도 신체적으로 강인한 남성을 선호하는 수렵채집 시대의 지도자 선택 기준을 뇌가 아직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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