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與, "불쾌" "감히" "분노" 이전에 스스로 돌아봐야

입력 2022-02-10 17:20   수정 2022-02-11 06:52

대선을 불과 26일 앞두고 국민은 혼란스럽다. 포퓰리즘 공약과 저급한 말싸움이 난무하는 중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격하게 반응하면서 대선판이 더 혼탁해지고 있다. 후폭풍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던진 윤 후보도 놀랍지만, 5년 내내 온갖 불공정 시비를 자초한 청와대와 여당이 이러는 것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에만 목매는 것 같아 답답하다.

윤 후보 발언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시 전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해야 한다.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상응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수사는 법과 시스템에 따라 하고, 대통령이 관여할 게 아니다”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검찰 독립성 무시로 비칠 수 있다.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독립운동처럼 (정권 수사를) 해온 사람”이라며 중용할 뜻을 내비친 것도 부적절하다. 물론 잘못을 바로잡아야겠지만, 정상적 사법절차를 밟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치보복으로 비칠 뿐이다. 파장이 커지자 윤 후보는 “내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고 한 발 뺐지만, 대선 후보라면 파장을 고려해 신중했어야 했다.

그렇더라도 여권이 “불쾌하다” “어디 감히” 등의 반응을 보인 데 이어, 문 대통령까지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까지 요구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통령이 야당 후보와 1 대 1로 맞서는 것은 선거개입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국내외 7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서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 없다”고 한 말이 무색하다.

대통령은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 대상으로 몬 것”이라고 했으나,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취임 초 “살아 있는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던 말은 어디 가고 울산시장 선거 공작, 원전 경제성 조작, 이상직 의원 비리 등 정권과 관련된 수사를 뭉개고 가로막은 것이 한둘이 아니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과 검사들을 손발을 묶고 몰아냈다. 그래 놓고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건지 대답해야 한다”고 하니 이런 유체이탈 화법이 어디 있나.

7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쏟아낸 자화자찬성 발언도 국민 인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대북관계에서 “대결 대신 대화와 외교로 방향을 전환시킨 것이 큰 보람”이라고 했으나, 북한의 잇단 도발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지 어이없다. 5년 내내 분배와 지표 모두 개선됐다고 했지만, 자영업자는 생사기로에 섰고 청년들은 일자리 절벽에 눈물 짓고 있다. “부동산 공급 확대를 일관되게 추진해 가격이 확실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했으나, 이미 ‘미친 집값’을 만들어 놓은 판에 집 없는 서민들의 염장을 지르는 격이다. 임기 말 대통령이 할 일은 5년간 무엇이 부족했는지 성찰하고, 다음 정부에 바통을 넘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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