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외친 靑, 대선개입 논란 자초

입력 2022-02-11 17:37   수정 2022-02-12 01:01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죽은 듯이 직무정지 상태로 있어야 합니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않을 노력은 야당도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적폐청산 수사’ 관련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자 야당이 “선거 개입”이라고 반응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약간 결벽증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치 중립, 선거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근래에는 오미크론 확산 때문에 모든 행정력의 80~90%를 여기에다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식물 대통령’ 언급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청와대가 정치 개입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는 것이나 매한가지”라며 “제발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말해달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정치 개입 말고는 뭘 해야 할지 모르신다면 선거에서 최대한 많은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K방역’에 더 박차를 가해주시고 대통령께서 직접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는 ‘선거 중립’을 외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다르다. 청와대는 21대 총선 때도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문 대통령은 총선 하루 전인 2020년 4월 14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지급 대상자들에게 미리 신청을 받으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야당은 당시 “선거에 돈을 살포해 표를 얻겠다는 심사”라고 반발했다.

문 대통령과 측근들은 대선 결과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 개최 결과를 보고 받은 자리에서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대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굳이 안보 문제를 대선과 연결한 것이다. 지난 10일 공개된 세계 7개 통신사와의 합동 인터뷰에서는 남북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다가오는 선거의 결과가 회담을 하기에 부적절한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다시 대선과 연관 지었다.

문재인 정부는 ‘말년 없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청와대가 밝히고 있는 대로 코로나19 방역과 부동산 등 현안이 산적하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 인사들의 머릿속에는 대선 이슈가 80~90%를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남은 3개월가량의 임기는 그동안의 실정(失政)을 만회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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