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발단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택배요금 인상분(건당 170원)의 분배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다. 일단 합의 이행 여부는 국토교통부가 현장조사를 통해 파업 한 달 만(지난달 24일)에 ‘문제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설연휴 배송 차질로 농어민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비노조원 배송까지 방해하며 지탄을 받은 택배노조가 이렇게 파업할 명분도 없었다는 얘기다. 결국 ‘170원 인상분’이 노동자에게 극히 일부만 전해졌다는 노조 측 주장을 국토부가 검증하는 절차를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사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며 다짜고짜 본사 기습 점거라는 불법수단을 쓴 것이다.
이런 와중에 여당 대선 후보는 “친(親)노동이 친경제이고, 친기업”이라고 강변했다. 한국노총과 노동정책 협약을 맺으며 한 말이지만, 오비이락(烏飛梨落)이 아닐 수 없다. 이해관계자인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이미 “파업이 정당성을 잃었다”고 했고, 비노조 택배연합도 이날 “본사 난입을 강력 규탄한다”고 한 마당이기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자가 살아야 기업이 살고, 그래야 경제가 산다”는 이 후보의 삼단논법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친노동’은 ‘친노조’에 기울었다는 지적을 무시할 수 없다. 함께 경제를 끌어가는 기업인의 어려움을 못 본 체해선 친기업일 수도 없다. 이러니 손경식 경총 회장이 “노조가 지금은 기업보다 힘이 세다”며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인을 존중해달라”고 호소한 것 아니겠나.
어떤 파업도 국민 이해를 얻지 못하고 명분도 없다면 설 곳을 잃게 된다. 상식을 가진 노조라면 타워크레인이나 굴뚝 고공농성, 본사·공장 불법 점거, 비노조원 협박 등 구태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이 후보도 로빈후드식 발상에서 벗어나야 “통합의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말의 진정성을 국민이 믿을 것이다. 이제는 기업인들의 호소에도 정치권이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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