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에서 길을 다니다 보면 택시 지붕 위에 큼지막하고 긴 전광판을 달고 다니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강남언니' '헤이딜러' 등 잘 나가는 회사들의 트렌디한 광고를 볼 수 있죠. 화질이 아주 선명하고 잘 보입니다.
이것이 TBT가 2020년 첫 투자한 모토브라는 회사의 광고플랫폼입니다. 모토브가 대전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 서울에서 수십대의 택시에 전광판을 달고 테스트를 시작할 2020년 5월쯤에 처음 만났습니다.
디스플레이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광판 광고 홍수 시대가 열렸습니다. 시내 좋은 목의 빌딩에는 이제 대형 전광판들이 달려있습니다. 식당이나 심지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도 디지털 광고판이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광고는 특정 시간에 그 지점을 지나는 차량과 보행자에게만 노출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모토브의 택시탑 미디어는 거의 하루종일 운행되는 택시와 함께 시내 곳곳을 누비며 시간과 장소, 그리고 유동인구에 맞춰 광고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옥외 맞춤 광고 플랫폼인 것이죠. TBT는 이런 새로운 미디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창업자에 주목했습니다. 2016년 모토브를 창업한 임우혁 대표는 2007년 첫 IT회사 창업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을 위한 솔루션, 음식점을 위한 POS시스템, 퀵서비스, 대리기사, 택배 등을 위한 관제시스템을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뉴욕택시의 관제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면서 택시를 이용한 광고의 가능성에 눈뜨게 됐다고 합니다. 뉴욕의 택시들은 이미 다 지붕에 광고를 달고 다니고 또 택시내에 스크린을 붙이고 광고를 내보시기 시작했거든요. 그는 이것을 디지털화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디어가 생긴거죠.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있는 한국에서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임 대표는 2016년 모토브를 창업했습니다. 그리고 시제품을 개발해 대전에서부터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행정안전부와 대전시를 설득해서 '택시표시등 디지털 광고' 시범사업 허가를 받아낸 것이죠. 택시회사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해내고 인천까지 확장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자금확보가 필요했죠. 하지만 임 대표는 거의 50곳의 벤처캐피털(VC)들을 만나고 모두 거절을 당했다고 합니다. 작은 스타트업이 견고한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규제를 뚫고 운영하며 광고주까지 확보한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초기 투자사들이 부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임대표는 그래도 굴하지 않고 정부지원사업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며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저는 택시나 오토바이 등 이동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에 충분한 경험이 있고, 정부와 택시회사를 설득해 제품과 사업을 만들어낸 임대표의 역량을 좋게 봤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봄, 여름, 가을, 겨울 택시위에서 광고를 내보내면서 전력 소모도 많지 않고, 고장도 나지 않는 견고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을 결국 해낸 것도 대단했고요. 또 그렇게 많은 VC들에게 거절당했는데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끈기도 놀라웠습니다. 직접 육안으로 확인한 모토브 택시탑의 품질은 훌륭했습니다.
더구나 모토브는 광고대행사와의 협업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광고물량을 확보하고 서울 진출을 준비중이었습니다. 서울에 몇천 대 택시에 전광판을 달게 되면 새로운 광고미디어로서의 존재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불과 1000여 대의 타다 차량이 서울에서 얼마나 자주 보이는지를 생각하며 광고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죠. 또 한국시장에서 이 새로운 매체가 검증이 되면 글로벌한 확장가능성도 크다고 봤습니다.
마침 실리콘밸리의 파이어플라이라는 스타트업이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구글 등이 600억원 넘게 투자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도 어느정도 검증이 됐다는 얘기죠.
그래서 2020년 가을에 알토스벤처스와 함께 모토브에 60억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한 대로 쉽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코로나19로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광고대행사가 새로운 미디어를 시도하는데 소극적이 됐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광고가 확보되지 않으니 택시에 빠르게 전광판을 달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화면을 더 키우고 디자인을 개선한 3.0 디바이스를 만들었지만, 광고매출이 바로 따라주지 않으니 회사의 현금은 빠르게 소진됐습니다. 글로벌한 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관련 부품을 거액을 들여 선주문해둬야 하는 상황도 부담이 됐습니다. 광고대행사, 광고주들을 위해서 광고 게재현황과 효과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광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 광고주 설득, 택시회사 설득, 규제환경 완화 등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거의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회사가 모토브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중반 모토브는 택시탑 생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시리즈B 펀드레이징에 나섰습니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모토브는 알토스, TBT와 함께 신규 투자자들을 설득해 총 110억원을 투자받는데 성공합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모토브는 결국 지난해 가을부터 광고대행사, 광고주들을 위한 광고플랫폼을 고도화해 출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서울 전역의 모토브 택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쉽게 광고를 내보내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또 꾸준히 신형 택시탑을 생산해 지금은 서울에 약 1000대의 택시에 장착하고 운행중입니다. 강남언니, 헤이딜러 등 스타트업을 비롯해 대기업까지 다양한 광고주를 유치하는데도 성공했습니다.
또 흥미로운 측면은 모토브 택시탑이 30여 개의 IoT(사물인터넷) 센서로 유동인구, 재난, 환경, 안전, 교통, 복지 등의 빅데이터 수집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CES에 참가한 모토브는 해외진출에 대한 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일단 제가 라스베가스 현지에서 경쟁사의 제품을 접했는데요. 모토브 제품이 해상도, 소모 전력 면에서 더 앞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온 투자자, 택시 운영회사 관계자 등이 모토브 제품을 도입하는 것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고 합니다.
모토브 택시탑 같은 아웃도어 이동형 광고 플랫폼은 결국 전세계에서 활성화될 것이 확실합니다. 이런 분야에서 한국의 창업자가 제품 개발을 먼저 시도하고 앞서나가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입니다. 이런 도전에 일찍 투자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모토브가 글로벌 디지털 옥외광고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쭉쭉 성장해 유니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리=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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