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울려퍼진 "윤석열 대통령"…지역주의에 부딪힌 열정열차 [르포]

입력 2022-02-12 21:00   수정 2022-02-13 09:59


전주역 울린 "윤석열 대통령" 尹은 "공정한 대한민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2일 호남을 가로지르는 유세 열차인 '열정열차'를 타고 지역 민심을 흝었다. 전라북도 전주·남원·순창과 전라남도 순천·여수를 방문해 호남 맞춤형 공약을 한 꾸러미 풀어냈다. 일부 호남 주민들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의심어린 눈초리로 지켜본 반면 이제는 보수 진영에 표를 던져 호남에도 변화를 줘야한다는 민심도 제법 있었다.

윤 후보가 열정열차 첫 행선지로 찾은 곳은 전라북도 전주.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윤 후보가 전주역에 내리자 수많은 지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며 반겼다. 지지자들의 연호와 북소리가 뒤섞이며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전주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윤 후보는 "예향의 도시 전주에 올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푸근해진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국민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많이 훼손되고 경제와 안보와 이런 국가의 기본 틀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며 "철지난 이념으로 편가르기를 하고, 오로지 갈라치기로 선거에서 표를 얻는 그런 정책만 남발하다보니 나라의 근간과 기본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인들께서 지켜오신 자유 민주주의를 바로세우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철학에 입각해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는 연호와 박수로 지지자들은 화답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윤 후보는 전주역을 본따 만든 보드지에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현판을 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상식이 바로 서는 대한민국"이라고 적었다. 이어 청년들과 함께 열정열차 승차권에 펀치로 구멍을 뚫었다.


'열정열차' 탄 윤석열 "옛날 생각나고 좋아"
열띤 지지자들의 환호를 뒤로 하고 윤 후보는 열정열차에 올랐다. 열정열차는 지난 11일 충청남도 천안에서 출발해 13일 전라남도 목포까지 가는 4량짜리 무궁화호 열차다. 열정열차에 올라 탄 윤 후보는 마지막으로 전주 지역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지에 보답했다.

윤 후보는 열정열차에 탄 소감이 어떻냐는 질문에 "아 좋은데, 옛날 생각도 나고"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열정열차에 탄 취재진, 당직자들과 일일이 인사하며 무궁화호와 관련된 자신의 일화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윤 후보는 기관실에서 탑승해 안내 방송을 하며 열차의 출발을 알렸다.

與 텃밭에서 운동권 규탄"선거공학으로 국정운영하면 안돼"
윤 후보를 태운 열정열차는 전라북도 남원에서 다시 멈췄다. 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구 의원인 이용호 의원이 윤 후보와 함께 남원역 앞 광장에 섰다. 윤 후보는 '운동권 세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다양한 이념과 생각을 가지신 분이 동참했다"며 "이 중에서는 우리 사회를 이끌고 나갈만한 철 학과 정신과는 거리가 먼 생각분들이 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분들의 이념과 생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면 우리 사회는 맑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대단히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윤 후보는 "정치 공학과 정치적 편가르기를 해서 다수를 따라가게 되면, 그것이 결국 소수가 되고 외톨이가 된다"며 "선거공학으로 국정 운 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 방식을 '편가르기'로 규정하고 비판한 것이다.


윤 후보는 시장 민심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원시 금동에 위치한 춘향골 공설시장에 방문한 윤 후보를 시장 상인들이 맞았다. 윤 후보와 이 대표, 이 의원 등이 상인들과 악수하자 지지자들이 "대통령은 윤석열"이 라고 외치며 뒤따랐다 , 윤 후보는 고춧가루 3만6000원치와 북어채 17만원 어치를 사고 시장을 빠져나갔다.

윤 후보는 남원시 항교동 만인의총을 방문해 정유재란 당시 왜군에 맞서 싸운 조선군을 기렸다. 윤 후보는 만인의총에서 빠져나오던 중 '정치 보복 망언 규탄한다'라는 피켓을 든 사민 앞에서 "여기서 한 마디 할까? 정치보복 안 한다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순천에 깜짝 등장한 이정현 "아홉번쨰 말 데려왔다"
열정열차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전라남도 순천이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깜짝 등장해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순천역 앞에서 "제가 팔마(八馬)의 고장 순천에 아홉 번쨰 말이 돼 돌아온다고 했는데 오늘 순천과 호남을 발전시킬 윤석열 후보를 아홉 번째 말로 모시고 왔다"며 지지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후보는 "국민의힘은 변해야 한다. 엄청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이 잘사는 것이 대한민국이 잘 사는 것이다"라며 "국민의힘은 어마어마하게 변할 테니 지켜봐주시고 누가 더 진정성 있고 정직한지, 여러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진심으로 생각하는지 잘 판단해서 그 날 여러분들께서 거사를 벌여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尹을 보는 미묘한 시선"서민 이해 못하지만 정권교체 필요"
마지막 행선지는 전 라남도에서도 남해에 맞닿은 여수다. 윤 후보는 여수역 앞에서 이날 마지막 연설을 한 후 곧바로 여천NCC 폭발사고 노동자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는 여수시 학동 여수제일병원으로 향했다.

후보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에서 진상규명에 적극 지원하고 수사를 촉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는 "제가 검찰총장일 때도 법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이론을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법은 정확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통해 귀책을 정확히 가려 적응해야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 후보를 바라보는 호남민들의 시선에는 그의 소통능력에 대한 우려와 정권교체에 대한 우려가 섞여 있었다. 이전까지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였다가 국민의힘 당원으로 입당했다는 직장인 김 씨(52세)는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한다고 해놓고 한 것은 자기들을 위한 것"이라며 "내로남불이 딱 맞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이 서민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부분도 알겠지만 색깔이 분명해야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수=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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