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안정을 찾는 듯 했으나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82년 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기대감과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공존하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 코스피지수(7~11일)는 전주보다 2.55포인트(0.09%) 내린 2747.71에 장을 끝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지난 주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601억원, 1조5793억원 사들인 반면 기관 홀로 1조8333억원 팔아치웠다.
최근 국채금리 안정화로 반등 조짐을 보였지만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CPI 발표로 투자심리가 짓눌렸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 오르면서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 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3% 가까이 하락했다. 코스닥은 25.45포인트(2.81%) 내리며 877.4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이 홀로 1조1710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857억원과 408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지난 주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주보다 1.00% 하락한 34,738.06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81%, 2.17% 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지수에 영향을 줬다. 세계 각국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자국민들의 대피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즉시 떠날 것을 권고한 것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박민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은 1월 소비자물가 확인 후 3월 50bp 인상, 연 6~7회 인상을 신속하게 반영했다"며 "미 CPI 발표 직후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급등하는 등 통화정책 전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CPI 발표 이후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약 25bp, 10년물 금리는 10bp 급등했다. 10년물 금리는 빅 피겨로 여겨졌던 2%를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심화시켰다. 201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 시장금리 레벨은 Fed 위원들의 전망과 상당한 괴리가 있으나 Fed의 지표 의존성(data dependent)을 근거로 3월부터 50bp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해 선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러시아의 침공일을 2월16일로로 못박아 제시했다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 티코의 보도와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 대사관 직원들에게도 대피령을 내릴 예정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가 2650~283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 Fed의 긴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한 움직임이 빨라지며 공급망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Fed의 긴축을 둘러싼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한편,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 전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 선진국 소비심리 개선이 기대된다"며 "이는 성장주 대비 경기민감 가치주에 긍정적인 시장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업종별 차별화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을 권했다. 그는 "국내적으로도 방역 완화와 내수소비 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봐도 좋을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의류, 은행,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을 관심 업종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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