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 200만원' 약속한 이재명·윤석열…"국방·안보까지 포퓰리즘 경쟁"

입력 2022-02-13 17:34   수정 2022-02-14 01:29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은 재원 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작습니다.”(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북 정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기조와 충돌하는 지점이 많습니다.”(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경제신문과 민간싱크탱크 FROM100이 지난 11일 공동으로 진행한 대선 공약 검증 웨비나에서 검증위원들은 외교·안보 분야까지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반도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통일에 대한 비전 제시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언급됐다.

전 전 원장은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공통으로 제시한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과 관련해 “월급을 200만원까지 높여주면 여기에 연동된 부사관이나 장교 월급도 함께 인상해야 한다”며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최근 이 같은 취지의 비판을 제기했다.

200만원이라는 금액을 제대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만원은 최저임금 수준을 의미하는데, 병사의 주거비와 식비를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병사가 최저임금 근로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급 인상을 위한 재원 마련 대책으로 군 장성 수를 줄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조영기 전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저출산으로 젊은 인력의 가치가 과거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군 장성에게 들어가던 비용을 병사 처우 개선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여야 후보 4명이 모두 모병제로의 전환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는 변화라는 언급도 나왔다. 모병제 전환을 전제로 전문병사제도 등을 도입해 이들의 월급을 크게 올리는 방안은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방 공약이 대책 없이 나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두 후보가 우주군·미래전 언급을 하고 있는데 모두 장기적으로 많은 예산이 필요한 분야”라며 “예산을 얼마나, 어떻게 확보할지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북 이슈에선 이 후보가 언급한 ‘사실상의 통일’이라는 표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 전 교수는 “사실상의 통일이라는 말은 현재의 교착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선제 타격론’에 대한 여야 공방은 의미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 전 원장은 이 후보를 향해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을 계승한다는 후보가 국방 정책에 나와 있는 3축 체제(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를 부인하며 선제타격론을 ‘전쟁하자는 거냐’고 비판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에 대해선 “핵을 가진 국가를 선제 공격해서 지도자를 궤멸시키겠다는 건 역사에 전례가 없는 위험한 사고”라며 “실전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 후보의 안보리 제재 완화 공약에 대해 “유엔 대북 제재는 미국을 포함한 모든 이사회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로, 미국의 독자 제재보다 해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차기 정부가 미·중 간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전 전 원장은 “미·중 양국을 축으로 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정치와 경제를 나눠 생각하는 ‘정경분리’는 더욱 비현실적인 구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전 교수는 “경제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현 정부가 추진해온 신남방 정책 등을 계승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진규/송영찬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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