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최근 MZ세대를 겨냥해 영패션을 대거 ‘물갈이’할 때에도 톰보이는 살아남았다. 경기 판교는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가 많은 신흥 부촌으로 유행에 민감하다. 무신사가 키운 커버낫도 판교점에선 매출 부진으로 짐을 싸야 했을 정도다. 백화점 관계자는 “오래된 브랜드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거꾸로 고객과 함께 올드 브랜드로 쇠락할 위험이 늘 존재한다”며 “이와 달리 톰보이는 2030세대의 구매 비중이 40%를 웃돈다”고 말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공식을 깬 톰보이의 저력은 신세계인터내셔날과의 결합에서 배가됐다.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은 “한국에도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지론하에 2011년 부도 처리된 톰보이를 인수했다. 신세계 품에 안긴 이후 현재 브랜드명은 스튜디오톰보이다. 백화점에서 매년 매출 1, 2위를 다투는 경쟁 브랜드는 한섬의 시스템 정도 외엔 없다.
가격 경쟁을 지양했다는 점도 브랜드의 생명력을 유지시킨 비결이다. 1990년대에 X세대가 등장하면서 영캐주얼 브랜드들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자 패션업체들은 대중에게 잘 팔리는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주력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당장 잘 팔리는 상품에 매달리다 보면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만들기 힘들다”며 “한때 영캐주얼이었던 브랜드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마담복으로 변질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톰보이는 최근 오프라인 매장에 과감한 변화를 주고 있다. 전국에 120여 개 매장 중 24개 매장 크기를 대폭 키웠다. 매출 2000억원대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시도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