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이날 단일화를 제안한 배경에 대해 “정권교체,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법론도 내놨다. 그는 “여론조사 국민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고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를 끌어낼 수 있다”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당이 합의했던 기존 방식을 존중하면 짧은 시간 안에 매듭지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여론조사 문구를 놓고 양측이 지루한 협상을 벌이면 단일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윤 후보 측 주장을 반박하는 논리다.
이런 제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고민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선 단일화를 해야 하지만, 대가를 가급적 적게 치러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어서다.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 제안 직후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단일화 방식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위로 전화를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두 후보가 전화를 주고받을 정도의 사이라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당은 “김 교수의 건강을 걱정하고 위로를 전하는 내용이었으며 그 외의 내용은 일절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단일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 다자대결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안 후보를 서너 배 앞서고 있어서다.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윤 후보 대신 안 후보를 다수 지원하는 ‘역선택’에 대한 우려도 깔렸다. 이 때문에 양측이 행정부 각료 임명권을 나눠 갖는 공동정부나 양당 합당 등 대안도 사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도 단일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협상을 지켜본 국민의힘 지도부는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면 하염없이 안 후보 측에 끌려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하는 게 아니라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 한다”고 폄훼했다. 당초 예상대로 완주하지 않고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의미다.
가장 최근 조사된 야권 단일 후보 여론조사에선 결과가 엇갈렸다. 지난 10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야권 단일화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안 후보(50.6%)가 윤 후보(42.6%)를 오차범위 밖(±3.1%포인트)에서 앞섰다. 반대로 9일 공개된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선 윤 후보(31.7%)가 안 후보(25.6%)를 오차범위 안에서 눌렀다. 무선 전화면접(가상번호)과 유선 면접(임의 전화걸기)을 혼용하는 비슷한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 측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양측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 빠질 것”이라며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도 흘러나온다. 반대로 안 후보 지지율이 현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오름세로 전환될 경우 윤 후보가 초조해진다. 정치권에선 야권 단일화 협상이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8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여론의 단일화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라며 “과거 사례처럼 어느 한 후보가 통 크게 양보해 논의가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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