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청약시장에도 옮겨붙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감소하고 있다. 기존 주택 시장 집값 주춤과 분양가 상승으로 청약에 당첨돼도 큰 시세 차익을 누리기 어려워진데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들의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다.
서울은 지난해 말부터 청약통장 누적 가입자 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았고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줄어들었단 설명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677만2724명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2만3756명 늘어난 수준이지만, 10월에서 11월 4만6465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2만2709명(48.87%) 대폭 쪼그라들었다.
가입자 수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먼저 1순위 통장 증가 폭은 지난해 1~9월까지 2만명대 후반에서 3만명대 초반을 넘나들다 △10월 2만4910명으로 2만명대 중반을 밑돌더니 △11월 2만3304명 △12월 1만7009명으로 1만명대로 내려왔다.
여기에 2순위 통장 감소 폭도 1~9월까지는 1만명대 초반에서 후반을 기록해오다 10월(2만3252)명으로 2만명대 초반으로 감소 폭이 커지더니 △11월 2만3950명 △12월 2만4861명 등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12월 감소 폭은 지난해 최다 수준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줄어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내 집 마련'에 성공해 청약 통장을 소진하거나 개인적인 사유로 통장을 해지한 경우"라며 "지난해 서울에 공급이 많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내 집 마련'으로 통장이 소진됐다기보다는 당첨이 어렵다고 판단해 통장을 해지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강북구에서 분양한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10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인근 아파트 시세가 11억원대에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세 차익은 2억원대로 확 낮아진다. 이 단지 청약 경쟁률도 34.43대 1로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무섭게 치솟는 점도 실수요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1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연 3.58~5.23%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처음 인상에 나섰던 지난해 8월 말(2.62%~4.19%) 대비 하단과 상단이 각각 0.96%, 1.04%포인트 뛰었다.
대출 규제도 청약 시장에 악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올해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단지는 중도금 대출 뿐만 아니라 잔금 대출 시에도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면 전체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청약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청약 당첨이 시세 차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청약 인기도 시들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 역시 청약시장 진입을 꺼려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내달 대선까지 앞두고 있는 만큼 당분간 관망세가 지속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주택청약통장은 국민주택, 민영주택 등 주택 청약할 때 필요한 금융상품이다.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에 따른 가점을 받아야 유리하다.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을 합쳐 84점이 만점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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