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 구멍 뚫린 자금 관리…직원이 수억원대 횡령 '실형'

입력 2022-02-14 06:00   수정 2022-02-14 07:26



충남 아산의 호서대 직원들이 9억원이 넘는 법인자금을 쌈짓돈으로 유용하다가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 받았다.

직원이 몰래 대학 명의 통장을 개설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학의 자금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채대원)는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호서대 전 산학협력단 소속 교수와 직원에게 각각 징역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대학 산학협력단 전 회계담당 A씨(52)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전 창업지원단장 B교수(59)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팀장 재직시절 2015년 2월 27일 자신이 관리하던 호서대 산학협력단 공탁금 계좌와 전출금 계좌에서 각각 6억5000만원과 3억여 원 등 9억5000여 만원을 인출했다.

A씨는 같은 해 3월 19일 임의로 개설한 산학협력단 명의 계좌에 9억5000여 만원을 입금한 뒤 3월 27일 산학협력단 명의의 계좌를 다시 만들어 이 돈을 옮겼다.

A씨는 같은 해 6월 이 계좌에서 4600여 만원을 인출해 개인 계좌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 계좌에 입금하는 등 2월부터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법인자금 1억여 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

A씨가 법인자금이 있는 별도의 계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B교수는 2015년 9월 9일 A씨에게 6억원을 받아 호서대 가족기업 대표에게 투자 명목으로 건넸다.

재판부는 A씨가 임의로 산학협력단 계좌를 개설하고, 수차례에 걸쳐 다른 계좌로 옮긴 것은 비자금 조성을 들키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봤다.

B교수는 A씨가 건넨 자금의 출처를 몰랐고, 기업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대학에 기부할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회계상의 이유로 자금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돈을 사적으로 투자한 것은 횡령 행위가 성립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산학협력단 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교수와 공모해 6억원을 교부하고 일부는 개인적으로 사용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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