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은메달리스트 차민규 선수를 향한 중국 누리꾼들의 도 넘은 '악플(악성댓글)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시상대에 오르며 단상을 가볍게 닦은 차민규 선수의 행동을 두고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에 대한 항의성 메시지로 해석된다는 게 중국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13일 "중국 누리꾼들이 차민규의 행동에 화가 났다.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차민규의 영상을 편집하고 자막을 달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민규는 전날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메달 수여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시상대 바닥을 손으로 두 번 쓸어낸 뒤 시상대에 올라섰다.
중국 누리꾼들이 올린 영상을 보면 차민규의 사진에 '나는 X새끼입니다' '(금메달 수상자인) 중국을 위해 길을 닦아 놓을게요'라는 등 다소 도를 넘은 듯한 내용의 자막이 쓰여있다. 한 중국 누리꾼은 한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차민규의 행동이 쇼트트랙 편파판정을 풍자한 것이라며 "차민규는 심판 탓을 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라" "왜 한국인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할까"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컬링인 줄 아나 보다. 빨리 닦으면 미끄러진다"고 조롱했다. 차민규의 시상식 닦기 장면은 전날 웨이보에서 핫이슈 1위에 오르면서 조회 수가 2억회를 넘기는 등 관심을 끌었다.
차민규가 어떤 의미에서 이 같은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중국인들은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에서 동메달을 딴 캐나다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기 전 한 행동과 비슷하다고 봤다. 당시 캐나다 선수들의 행동에 대해 타 종목 판정에 대한 항의성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차민규는 전날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34초39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금메달은 34초32를 기록한 중국 가오팅위, 동메달은 34초50의 일본 모리시게 와타루가 차지했다.
한편 한중간 감정의 골은 깊어진 상태다.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전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가 중국과의 접전 끝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돼 탈락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자리는 중국 선수들이 모두 채웠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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